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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한시에 결혼한 두 남자 … 삼성-현대차 ‘쩐의 전쟁’ 선봉장 격돌

첫 인연으로부터 25년을 돌고 돌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삼성카드 최치훈(54) 사장과 현대카드 정태영(51) 사장 얘기다. 1985년 한날 한시에 결혼식을 올리고 똑같이 제주도로 신혼여행갔던 두 남자. 한 남자가 글로벌 무대에서 항공기엔진과 인공위성 영업을 할 때 다른 남자는 열심히 국산 자동차 자재공장을 들락거렸다. 최 사장이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을 때 정 사장은 삼성의 라이벌인 현대차 계열의 현대카드를 맡아 삼성카드를 한창 혼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선두훈(현대차 정몽구 회장 사위, 정성이 이노션 고문 남편) 선병원 이사장을 사이에 두고 20여 년을 ‘잘 알고 편한 사이’로 지냈다. 하지만 편한 관계는 2010년 12월 최 사장의 삼성카드 사장 취임과 함께 끝났다. 금융왕국을 꿈꾸는 삼성과 현대차의 자존심 건 ‘쩐의 전쟁’의 장수로서 서로에게 칼을 겨루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스페셜 리포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vs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첫 칼사위는 정 사장이 날렸다. 최 사장이 삼성카드에 취임하자 정 사장은 현대카드의 VVIP카드인 연회비 200만원짜리 ‘블랙카드’를 최 사장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경쟁사 CEO에게 VVIP카드 전략을 노출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 사장은 “이건 마치 현대백화점이 자사 최고 VIP고객이 신세계백화점 사장이 됐으니 ‘우리 디스플레이를 안 보여주겠다’며 VIP카드를 뺏는 꼴”이라면서도 순순히 카드를 내주었다.



 금융경험이 전무한 제조업 출신 새 CEO의 취임에 정 사장이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 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GE에서 동양인으로선 드물게 최고위직에 올랐고, 삼성에 들어온 후엔 불도저식 경영으로 그가 맡았던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와 삼성 SDI를 모두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정 사장 역시 매달 1000억원씩 적자를 보던 회사를 5년 만에 2500억원 흑자회사로 바꿔놓은 전력이 있다.



 최 사장의 공격적인 영업은 바로 효과를 냈다. 몇 년째 앞섰던 카드 이용실적에서 현대가 올 2분기 삼성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사장이 처음 현대카드 사장에 취임했던 2003년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4%였다. 당시 20%에 육박하던 삼성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이런 구도를 바꿔놓았고 삼성의 이름을 현대 뒤로 밀어놓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굳어진 듯했던 시장 판도가 최 사장 취임 이후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이다. 3분기 실적은 선불·체크카드를 포함하면 삼성이, 이를 제외하면 현대가 앞선다.



 최 사장은 “아직 현대카드에 뒤져 있지만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카드 측도 “우리는 선불·체크카드 비중이 작다”며 “이를 포함한 실적에서 삼성이 앞선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내는 좀 달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현대 간 자존심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HMC증권에 이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내년부터는 은행을 뺀 전 금융권에서 삼성과 맞붙는다. 현대·삼성 간 카드대전은 이른바 선봉장끼리의 싸움인 셈이다.



 최 사장은 삼성에서 유일한 외부 영입 사장이다. 영입 과정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지만 “삼성에서 CEO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업계 일각에선 “스티브 잡스형의 정태영에게 자존심 꺾인 삼성이 잭 웰치형의 최치훈을 내세워 현대 잡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사장은 “GE는 수영을 할 만한 아이를 그냥 수영장에 던져 놓고 스스로 헤엄쳐 나오길 기다리는 스타일”이라며 “GE는 백인 남성 중심 회사인데, 잭 웰치가 나를 키운 건 자신과 비슷한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 사장의 스타일도 GE 방식대로다. 그는 시시콜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게 없다. 늘 “답은 내부에 있다”며 직원들이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정 사장은 정반대다. 스스로 “나는 성격 급하고 까다롭고 요구 사항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할 정도다. 디자인에 집착하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고 고객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고객에게 주고 싶은 걸 찾는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를 닮았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의 새 카드 제로(ZERO) 출시에 맞춰 트위터에 “만들고 보니 딱 스티브 잡스 취향”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 벽엔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사진이 결려 있다.



웰치가 됐건, 잡스가 됐건 두 사람의 선택은 오로지 하나, 공격이다. “경영은 항상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정 사장의 트위터 글은 최 사장의 경영 스타일과도 딱 어울리는 말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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