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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vs 법무당국, 주가조작 조사권 놓고 힘겨루기

주가조작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같은 시장교란 행위 조사는 어디서 맡는 게 효율적일까. 이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법무당국 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금융 영역으로 봐서 금융당국이 1차적인 조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준(準)사법 절차로 봐야 한다는 법무당국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슈추적] 법무부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 단독 입수





법무부가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조사 기능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법무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에서다. 이에 따르면 총리실(또는 금융위)에 새로 신설되는 독립 조사기구는 현재 금감원이 맡고 있는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1차 조사권을 가져온다. 법무부가 이를 추진하는 유력한 근거는 법원의 판결이다. 올 1월 서울중앙지법은 대한전선과 도이치증권 직원의 주식 시세 조종 사건에서 “민간인인 금감원 조사역은 특별사법경찰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기초로 검찰이 작성한 진술 조서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1차 조사는 금감원이 담당한다. 금감원 조사 이후 사건은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검찰에 넘어간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금감원 직원에게 (형사 소추를 위한) 조사 권한이 없고, 이를 기초로 한 검찰 조서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주가 조작 조사 및 수사 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런 문제는 시행령을 고쳐 지검장이 금감원 직원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하면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검찰이 금감원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과징금 도입 문제에서 양측의 대립은 싹텄다.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주가조작 등에 대해 금융위가 직접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도 공정위처럼 일종의 ‘처벌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다. 홍영만 증선위 상임위원은 “금융투자 기법이 날로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행위 유형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규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형사처벌에 이르지 않는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반대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라지만 과징금을 도입하면 주가조작 등에 대해 과징금만 부여하고 형사처벌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역공 카드를 내밀었다. 바로 독립기구 신설안이다.



 법무부는 개편 방안에서 “저축은행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집중된 금융감독기구의 권한 때문”이라면서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위와 증선위도 민간인으로 구성되면서 조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수사 보안이 누설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설 기구는 총리실(또는 금융위) 산하의 독립기구로 두지만, 조사 담당자는 검사장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해 수사 지휘를 하겠다는 것이 이 방안의 골자다.



 법무부는 통합 금감원의 모델이 됐던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개편도 중요한 참고사항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FSA가 담당하던 건전성 감독을 영국은행(BoE)에 넘기면서 이와는 별도로 경제범죄담당청과 금융소비자보호청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검찰이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한 법원의 뜻은 검찰이 기소하려면 (금감원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검찰이 저축은행 사태를 엉뚱하게 자신의 권한 확대에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조사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의 1차적인 조사·판단권을 보장하고 이와는 별도로 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현재의 이원주의가 검찰이 모든 걸 컨트롤하는 일원주의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내년 총선·대선과 맞물려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는 금융감독 개편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보호처 신설을 놓고 대립했던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에 대해 한편이 돼 맞서고 있다. 감독체제 개편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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