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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국물도 ‘한류’ 만들 수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자랑하고 싶을 때 무슨 음식을 생각할까? 아마 한정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전통 식단을 바탕으로 한 궁중음식·서민음식이 모두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팔이 짧아 음식을 집을 수 없을 정도로 떡 벌어진 상차림을 보면 ‘한국 대표급’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일단 거기에 나오는 신선로니 구절판 같은 궁중음식들은 우리가 늘 쉽사리 먹는 음식이 아니다. 귀한 손님 대접을 위해 어쩌다 그런 음식을 먹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뭐냐고 물을 땐 뭔가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는 ‘서민적 음식’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국물’을 기본으로 한 음식들을 우선 들고 싶다. 언젠가 중국에서 온 주요 인사를 모시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 한 수제비집을 찾은 적이 있다. 절대 대식가가 아님에도 항아리의 수제비를 계속 떠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걸쭉한 수제비 국물이 그를 사로잡은 게 틀림없었다. 또 이태원에서 술 한잔 걸치고 밤늦게 들어간 포장마차에서 들이킨 얼큰한 라면 국물에 감탄했던 유럽 친구들도 생각난다. 사실 아시아의 국물은 어느 정도 서양 사람들에게도 이미 알려져 있다. 그윽한 국물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극찬했다던 베트남 쌀국수라든지, 태국 국수, 일본 우동 등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국물이 갖는 매력은 훨씬 색다르고 특이하다. 한국에 와서 여행을 무척이나 많이 다녔던 시절,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은 광주의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오리탕, 경남 산청의 외진 식당에서 먹은 십전대보 오리탕, 강원도 산골 식당에서 먹은 청국장 등 주로 국물이 있는 것들이다.



 우리의 국물이 외국의 음식과 차별화된 점은 다양한 ‘시원함’이다. 감자탕의 은은한 국물, 삼계탕의 걸쭉한 국물, 고소하면서도 깊은 갈비탕 국물에, 담백한 버섯전골 육수 등 맛은 제 각각이지만, 그 맛마다 특유의 시원함이 있다. 이는 고기, 멸치, 사골 등 밑간을 이루는 육수와 어울리면서 계량컵과 스푼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한국적 조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는 이런 비법을 이용,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요리가 있다. 바로 멸치 육수를 가미한 소스로 스파게티를 만들어본 적이 있다. 이걸 먹어본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고소한 맛이 독특하다는 칭찬도 꽤 들었다. 그런 게 어디 멸치뿐인가. 한국 고유의 젓갈이나 장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국물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흔히 돌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 ‘국물도 없다’란 옛말을 곧잘 쓴다. 하찮은 것조차 없단 뜻일 게다. 옛말 틀린 게 없다고 하지만 그 말만은 예외라 하고 싶다. 우리 한국의 국물처럼 ‘끝내주는’ 음식은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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