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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교실’ 다니는 숲유치원 어린이들

“끈 하나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가락본동 어린이집 원생들이 끈을 활용해 다양한 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오금공원 내 숲유치원 교육장. “내 후크칼을 받아라!” 문성민(4)군이 가늘고 긴 나뭇가지를 들고 이웅희(5)군에게 칼싸움을 걸었다. 이군이 깔깔대며 땅에서 마른 소나무잎을 한 움큼 집어 하늘로 뿌린다. 나무들이 무성한 한켠에서는 나무 허리에 둘러맨 두터운 끈을 활용해 한 바퀴 돌기 연습이 한창이다. “점프하고 머리를 확 숙여야 돼.” 도우미 김종엽(24·공익요원)씨가 유호진(4)군의 등을 누르며 자세를 잡아준다. 21명의 아이들은 숲속 공터에서 각자의 자연놀이에 흠뻑 빠져 분주하다. 바지와 손에 흙이 잔뜩 묻어도 개의치 않는다. 넘어진 아이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나 친구들 사이로 파고든다. 서울 가락본동 어린이집의 숲유치원 현장이다.

 이 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교실이 따로 없다. 인공적인 구조물에 들어갈 때는 비가 오거나 낮 12시에 점심을 먹으러 공원 대피소에 잠시 들르는 것 뿐이다. 아침에 등교할 때는 어린이집 정문 앞에서 만나 바로 숲으로 향한다. 오후 3시가 돼 하교할 때까지 지도교사의 보호 아래 자연물을 활용해 마음껏 노는 것이 전부다. 화려한 놀이기구도 필요없다. 흙바닥은 칠판이 되고 나무는 몸을 숨기는 곳이 된다. 굵은 면끈이나 고무줄, 작은 방울 따위가 더해지면 저마다 창의력을 발휘해 줄을 밀고 당기면서 뛰어논다.

 숲유치원은 현행 유아교육법에 의한 유치원 시설은 아니다. 현재는 숲을 활용해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체험활동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치원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유아숲체험원’용어를 법적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직영하는 숲유치원은 57곳에 이른다.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악구와 강서구, 용산구에 유아숲체험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발표했고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성북구의 체험형 숲유치원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활성화된 사례다. 숲유치원협회 장희정 이사는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서울시 모든 구에 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산림청도 직영 숲유치원을 계속 늘리고 있어 유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숲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숲유치원은 덴마크와 독일, 일본등 주요선진국에서 자리잡은 유아교육 방식이다.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제3회 숲유치원국제세미나가 열렸다. 독일과 일본의 숲유치원 전문가를 초대한 이 자리에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돈구 산림청장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미나 발표자로 한국을 방문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교육대 노베르트후퍼르츠 교수는 “독일에서 숲유치원은 1991년부터 활성화됐다”며 “인간의 가치있는 삶과 전인교육에 중심을 두는 생활중심 교육학방식이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정부가 숲유치원 교육을 인정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숲유치원의 기본 교육철학은 교사와 프로그램이 없는 교육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아래 수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교사나 교육 도구를 활용한 인위적인 교육보다 자연의 자극을 통해 스스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러한 교육방식이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여긴다. 장 이사는 “2002년 독일 헤프너 박사가 초등학교 100여 곳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숲유치원에서 마음껏 활동한 아이들이 집중력이나, 끈기·창의력·언어구사 능력이 일반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숲유치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가락본동 어린이집 고은주 교사는 “일반 어린이집 원생들에 비해 식욕이 왕성하고 과체중인 아이도 전혀 없다”며 “춥거나 비오는 날씨에도 밖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지교육이 배제된 교육방식을 우려하기도 한다. 학습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오후 3시만 되면 숲유치원을 마치고 귀가한 자녀를 다시 셔틀버스에 태워 국·영·수 학원으로 보내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고 교사는 “7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음껏 뛰어놀기만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이사는 “하루종일 숲에서 활동하고 지친 아이를 다시 학원으로 보내는 것은 무리한 방식”이라며 “인지적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초토대를 닦는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믿고 맡기는 학부모의 주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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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