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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하와이 ‘TPP 충돌’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Economic Partnership)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소외시킨 채 TPP를 주도, ‘반(反)중국 경제 연대’를 구체화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아시아 중심의 외교가 필수적이며, 이런 외교의 중심축은 경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11일 TPP 협상 참여를 전격 결정해 미국과 손잡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아태 지역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다툼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뒤늦게 협상에 참여한 일본을 제외한 미국 등 9개국 정상들은 12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내년까지 TPP 협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TPP와 관련한 중국의 반응은 노골적이다. 위젠화(兪建華·유건화)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11일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각료회의 직후 “중국은 어떤 나라로부터도 TPP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 그는 또 “만약 우리가 그런 요청을 받게 되면 진지하게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TPP 같은 경제권역 통합을 위한 메커니즘은 양자무역(FTA를 지칭함)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며 “(TPP 같은) 이런 메커니즘은 보충적인 성격일 뿐이며 FTA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 후진타오 주석(오른쪽)과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뉴시스]
중국인민라디오방송도 이날 “TPP를 미국 중심의 아태 무역기구로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TPP는 APEC의 정식 의제도 아닌데 (뒤늦게 TPP에 참여한) 미국이 너무 나서는 바람에 주객이 뒤바뀐 양상(喧賓奪主·훤빈탈주, 손님이 주인 자리를 빼앗음)”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TPP를 이용해 자국의 수출을 크게 늘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은 12일 “세계 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도입되는 새로운 방식에는 글로벌 경제구도의 변화가 반영돼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면서 집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하며 특히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의견이 더욱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반발에 대해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한국·일본을 참여시켜 ‘중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질서’를 구축하려던 중국의 야심이 TPP로 인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고 일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의 대응은 단호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나섰다. 그는 “TPP는 폐쇄적 클럽이 아니기에 관심 있는 모든 나라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며 “초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되받았다. 중국이 내심 TPP에 적극 참여할 의사도 없으면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의 환율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미국의 기업들과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APEC 정상회의에 이어 9일간 호주·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하는 아시아 순방외교에 들어가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고 규정했다. 아태 지역에서 그동안 중국의 부상을 지켜보던 미국으로선 TPP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속셈이다.

 미·일 정상은 이날 호놀룰루의 한 호텔에서 만나 최근 일본의 TPP 협상 참여를 논의하면서 협력강화를 다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 일본 경제를 다시 살리고 풍요롭고 안정된 아태 지역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TPP 협상 참여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결단을 환영한다. 미·일 동맹은 이제 안보와 무역의 측면에서 모두 발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 등은 “한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빨리 정비해 달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높아지니 우리도 빨리 타결 지어 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보도했다. 이런 까닭에 “노다 총리의 TPP 전격 참여 결정은 한국·중국 등 경쟁국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PEC 참석차 호놀룰루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동포 간담회에서 “미국과 통상을 확대하면 일본 같은 나라들이 한국에 많이 투자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FTA 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경제환경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FTA와 관련, 인하대 경제학과 정인교 교수는 “한·미 FTA를 그냥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에서 일본이 TPP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자극받아 중국도 TPP를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미 FTA보다 TPP가 먼저 타결된다면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미국에서 우리의 선점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중국과의 무역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빨리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박승희·서승욱·장세정 특파원, 호놀룰루=고정애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Economic Partnership)=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협정.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FTA는 양자 간 협정이지만 TPP는 다자간 협정이라는 점이 다르다.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 등 9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이 협상 참여를 준비 중이다. 이 협정은 2015년까지 회원국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한다. 상품 거래는 물론 노동자의 이동과 투자 자유화, 환경·식품안전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사실상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일 간 FTA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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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