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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힘’에 밀려난 베를루스코니 … 로마 시민들 축배

이탈리아 로마 시민들이 12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소식을 듣고 대통령궁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로마 로이터=뉴시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75·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날 거리로 몰려나온 군중의 야유를 들으며 쓸쓸히 퇴장했다. 그가 1994년 신생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힘내라 이탈리아’라는 뜻)를 이끌며 총리가 됐을 때 시민들은 거리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을 실감케 하는 반전이다. 세 차례 총리를 역임한 그는 총 9년2개월 동안 재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날 이탈리아 하원에서 경제 개혁 법안이 통과된 직후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찾아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 공표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었다. 그가 총리 관저에서 마지막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궁으로 떠날 때 그 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잘 가라, 실비오” “감옥에나 가라” 등의 야유를 퍼부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로마는 거리로 나온 수천 명의 시민으로 축제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베를루스코니는 ‘광대’ ‘마피아’ 등으로 불렸다. 베를루스코니는 미성년자 성매수·직권남용·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대 1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퇴장은 예정보다 앞당겨졌다. 이탈리아 의회는 법안 표결을 16일 전후로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그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퇴진하겠다고 밝히자 여야 합의로 서둘러 처리했다. ‘베를루스코니 청소’를 위해 여야가 합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12일 "지난 3년 반 동안 경제 위기를 잘 헤쳐나왔다”며 “정부에 다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도내각을 이끌 새 총리직은 마리오 몬티(Mario Monti·68) 보코니대 총장이 맡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집권당인 자유국민당은 그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역임한 경제학자인 몬티는 이르면 13일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총리 지명을 거쳐 새 내각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에서 통과된 경제 개혁 법안에는 2014년까지 150억 유로(약 23조원) 상당의 국유 재산 매각, 2026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로 상향,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탈리아는 경제 회생뿐만 아니라 베를루스코니가 남겨놓은 잔재 청산의 과제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에 확산된 부패, 정실주의 인사, 정경 유착 등이 바로잡혀야 국가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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