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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중산층 몰락, 자유경쟁에 해답 있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지난 몇 년간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부쩍 자주 듣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생긴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제연구소의 최근 자료를 보고 우리나라 중산층의 삶이 정말 나빠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해 겉으론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실제 중산층의 비중은 10% 이상 감소하고 가계수지도 악화하는 등 삶의 질은 나빠졌다. 중산층 가운데도 적자가구의 비중은 100가구당 16가구에서 23가구로 크게 늘었다.

 지출 면에서도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년간 부채 상환을 위한 지출, 통신비, 교육 관련 지출 비중의 합은 가계 지출의 18%에서 43%로 급증했다. 이러한 지출은 좀처럼 줄이기 쉽지 않은 경직성 비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고였던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1%에 비해 고작 5분의 2 수준인 2.8%로 떨어졌다. 가계 부채상황도 심각해 정부가 부랴부랴 가계 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1990년대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그런데 지금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등이라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중산층은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추세력이다.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가벼이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두세 배씩 늘어난 경직성 지출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직성 지출이 이뤄지는 해당 산업은 정부의 통제가 아주 강하고 외국 경쟁사의 진입도 쉽지 않아 자유경쟁이 상당히 제한돼 있는 내수산업이란 것이다. 통신사업·은행업·교육산업은 새로운 진입이 봉쇄돼 있다. 운영 자체도 세세히 규정된 범위에서 정부의 감독을 받으며 영위되는 전략적 산업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인터넷 세상에서 통신비 지출이 느는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 부모가 자식 교육에 워낙 극성이어서 자녀를 과외시키고 두 집 살림을 감수하며 조기유학을 보낸다. 은행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하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명품을 장만한다. 그래서 결국 이 지경이 됐다고.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의 자랑스러운 중산층 전부를 싸잡아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만일 한국 지도자들이 통신사업자 3개사의 과점체제를 진작 버리고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했다면, 그래서 혁신을 유발했다면 통신비용이 지금보다 반값으로 떨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일 은행 설립을 부분적으로라도 허용해 달랑 10개의 은행이 군림하는 구도가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다수 은행이 서로 경쟁하면서 혁신을 통해 선진국처럼 낮은 금리체계가 자리 잡게 됐다면 매달 납입하는 이자가 반으로 줄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만일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의 설립이 자유화돼 국민이 원하는 다원화된 교육을 시키는 학교가 충분히 세워졌다면 과외를 서너 개나 동시에 시킬 필요도 없고, 조기유학을 보낼 필요도 없게 되진 않았을까. 정말 그렇게 됐다면 우리나라 중산층이 이런 처지에 빠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 규제들은 해당 산업의 전략적인 측면, 저소득층에 대한 형평성, 수출보국 기치하의 제조업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진입장벽을 세우고 대형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중산층 삶의 근간이 무너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지금같이 중산층이 무너져 내려 저소득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비용도 폭증할 것이다. 그렇게 간다면 우리나라도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예산을 늘려야 할 필요가 생긴 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중산층의 몰락을 막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꼭 병행돼야 한다. 바로 중산층 삶의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전략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방침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신업, 금융업 그리고 교육계에 전폭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혁신’과 ‘혁신을 통한 가격 하락’을 가져온다면 이는 중산층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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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