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진의 시시각각] 쇄신 소장파, 기회주의적 위선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집권세력의 합작품이다. 대통령과 후보의 실수, 한나라당 지도부의 혼란, 당원의 무기력, 그리고 양극화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도 쇄신파라는 소장(少壯) 의원 25명은 제일 먼저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들은 자신들도 반성하고 당 지도부도 비판했다고 하나 이는 면피용 책략이다. 서한의 제목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청’인 것이다. 쇄신파 행동은 한국 사회 정신사(精神史)에 또 하나의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우선 인간사회의 도의(道義)에 맞지 않는다. 여권의 위기는 집에 불이 난 것과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 모두의 실수로 불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힘을 모아 불을 꺼야 한다. 그런 다음 각자 반성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아들과 딸이 물 양동이는 팽개치고 거리로 나가 “아버지 때문에 불 났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 집에 불이 꺼지겠는가.

  25인 중 상당수는 2008년 4월 총선에서 이명박(MB) 정권의 인기에 힘입어 당선됐다. 이른바 ‘명박돌이’다.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이명박 시장이 발탁해 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25인 중 MB정권이 부당한 공격을 받았을 때 분연히 몸을 던진 이는 없다. 2008년 여름 광우병 촛불 난동 시위대가 도심을 점령했다. 25인 중 누구 하나라도 이들 앞에 선 이가 있는가. “여러분이 잘못 알고 있다”고 외친 적이 있는가. 대학생 이세진은 험악한 군중에 맞서 촛불반대 1인 시위를 벌였다. 쇄신파 25인을 합쳐도 대학생 1인보다 못하다.

  쇄신파 25인은 강한 적에게는 침묵하고 약한 동지에겐 칼을 던진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해 양민이 죽었다. 누구 하나라도 연평도 백사장에 서서 김정일의 사죄를 촉구한 이가 있는가. 야당이 북한인권법을 틀어막고 국회 안팎의 선동세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봉쇄하고 있다. 25인 중 누가 이들을 규탄하는 서한을 보냈는가.

  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공과가 뚜렷하다. MB의 공과도 명확하다. 사저(私邸) 파동의 민심 무감각, 측근 비리, 낙하산 인사, 박근혜 탄압, 풀리지 않는 서민경제, 소통부족 등은 분명한 실책이다. 하지만 공도 많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올라간 국가경제, 경제위기 탈출, 굳건하게 재건된 한·미동맹, 원칙 있는 대북 정책 등이다. 복지에서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릴 일은 아니다. 2011년 복지예산 비율은 28%로 역대 최고다. 2018년까지 서민주택 150만 채를 짓기로 했고 서민층을 돕는 ‘미소금융’도 처음 만들었다.

  쇄신파 25인은 국민에게 이런 얘기는 왜 하지 않는가. 젊은 세대와 서민의 분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부터 내려온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그런데도 25인은 모든 게 MB정권의 책임인 양 매도하고 있다. 서울시 주민투표는 당이 당론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많은 당원이 투표운동을 했다. 그런데 25인은 이제 와서 잘못된 것이라고 몰아붙인다. 야당의 투표반대 운동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느 당 사람인가. 투표에서 이겼어도 이럴까.

  25인이 순수하다면 방법이 달라야 했다. 먼저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와 대화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은 뭔지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편지라는 건 조용히 전해야 한다. 받는 사람이 받기도 전에 세상에 먼저 까발리는 게 무슨 편지인가.

  대표는 품위를 ‘창고 세일’하고, 원내대표는 우유부단하고, 최고위원들은 봉숭아 학당이다. 원로(元老)는 ‘물갈이’ 주장에 눌려 있고 실세라는 차기 주자는 대세론 안에 들어가 몸을 사린다. 집안이 이러하니 소장파가 마구잡이로 연판장을 돌리는 것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시체 위에 자신들의 금배지를 얹으려 하고 있다. 이런 배도(背道)의 칼날에 누가 쓰러질 것인가. 대통령일까 아니면 25인 자신일까.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