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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로맨틱한 도시 이스탄불, 터키의 위상 높아지면서 파워풀한 도시로 변모 중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낯선 대상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정서적 결핍을 유발하는 도시. 내가 내린 로맨틱한 도시에 대한 정의다. 나의 로맨틱한 도시 리스트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파리다. 노트르담 성당의 오른쪽 측면이 마주 보이는 센 강변에서 불빛에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와 가슴이 텅 비는 느낌이다. 나일강 삼각주가 있는 카이로, 레만호가 있는 제네바도 리스트의 앞쪽에 있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칠레의 산티아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터키의 이스탄불을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스탄불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보스포루스 대교다.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 위로 솟아있는 길이 1074m의 현수교다. 다리 오른쪽은 아시아, 왼쪽은 유럽이다. 해협 양편에 있는 고급 별장과 주택 사이로 유람선을 타고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것은 이스탄불 여행의 백미(白眉) 가운데 하나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취는 이스탄불을 로맨틱한 도시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잠은 아시아에서 자고, 일은 유럽에서 하는 이스탄불 사람들이 많다. 보스포루스 해협에는 두 개의 교량이 있지만 통행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러시아워에는 다리를 건너 출퇴근하는 데만 두 시간씩 걸린다. 그래서 터키 정부는 제3 대교를 놓기로 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해저 터널도 건설 중이다. 철도가 통과하는 터널은 일본 업체가 건설하고 있고, 차량이 통과하는 터널은 한국 업체가 건설할 예정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공해(公海)다. 어느 나라 선박이든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아가려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남진(南進)을 막으려는 영국의 봉쇄 정책이 맞붙으면서 보스포루스 해협은 19세기 국제 정치의 뜨거운 감자였다. 터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보스포루스 해협은 공해가 됐다. 물동량이 워낙 많다 보니 보스포루스 해협은 상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해상 오염도 문제가 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스탄불을 관통하는 운하인 ‘카날 이스탄불’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터키는 10%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반면 유럽은 재정위기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구해온 터키 국민의 열망도 점점 식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기 속에 터키는 ‘이슬람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과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관통하는 로맨틱한 도시 이스탄불은 매력과 힘을 겸비한 도시로 점점 바뀌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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