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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똥주 선생과 완득이를 기다리며

영화 ‘완득이’가 대박이다. 지난달 20일에 개봉했는데 벌써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총 제작비 50여억원에, 이른바 특급스타도 등장하는 않는 영화치곤 대단한 성공이다. 영화 덕분인지 동명(同名)의 원작 소설인 ‘완득이’를 찾는 독자도 더 늘었다고 한다. 2008년 3월 김려령 작가가 출간한 소설 ‘완득이’는 이미 50여만 권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강갑생 칼럼

필자는 3~4개월 전쯤 시내의 한 대형 서점을 찾았다가 이 소설을 접했다.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표지에 눈이 끌려 책을 집었다. 그러곤 2시간여를 꼼짝 않고 서서 책을 읽었다. 중간에 놓을 수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이다. 사실 ‘완득이’는 진한 로맨스나 화려한 액션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다소 엉뚱한 교사와 문제 학생, 가난한 난쟁이 아버지와 결혼 이주여성 어머니,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렸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인기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담임 교사인 ‘똥주’ 선생과 제자 ‘완득’의 좌충우돌 관계 맺기에 주목하고 싶다. 소설은 고 1년생인 완득이가 평소엔 찾지 않던 교회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이번 주 안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담임을 죽여달라는 기도다. 완득이는 전교 꼴찌지만 싸움은 곧잘 한다. 요새 기준으로 보면 문제아나 ‘루저’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똥주 선생도 만만치 않다.

“하이고 XX들, 공부하는 거 봐라. 공부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세상은 특별한 놈 두어 명이 끌고 가는 거야. 나머지는 그저 인구수 채우는 기능밖에 없어.” 자기 반 학생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그는 야간자율학습 감독도 대충하고, 체벌도 곧잘 한다. 욕도 뒤지지 않는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문제 교사’다.

정상적이지 않은 둘이 하나하나 사건을 일으키며 관계를 맺어간다. 담임은 완득이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싫어도 싫다고 말 안 하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 안 하고 다 속에 담고 산다’는 걸 알아챈다. 가정방문 같지 않은 가정방문을 통해 집안 사정도 훤히 꿰뚫고 있다. 완득이는 기억에도 없는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엄마도 찾아 만남을 성사시킨다. 거친 욕설을 내뱉지만 담임은 꼴찌 완득이를 따뜻한 맘으로 챙겨준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결코 완득이에게서 나올 것 같지 않던 인사말을 담임은 듣는다. 많은 이들이 맘속에 늘 그리고 있는, 가지고 싶은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든, 영화를 보든 맘이 훈훈해진다. 혹자는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나 영화 ‘도가니’로 우울해졌던 맘이 다시 맑아지는 느낌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맘은 또다시 답답해진다. 사제지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믿어지지 않는 소식들이 너무 많이 들려온다. 11월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배를 빼앗은 교감을 학교 복도에서 마구 때린 중 3년생. 그는 한 달 전에는 휴대전화를 압수한 여자 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학교 측은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걸 꾸짖었다는 이유로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때린 여중생도 있다. 해당 학생의 부모가 “교사가 먼저 욕설을 했고 딸도 머리채를 잡혔다”고 학교 측에 항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지난달에는 제법 덩치가 큰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50대 여자 교감의 멱살과 머리채를 잡은 사건도 벌어졌다. “똑바로 앉으라”는 지시에 불응하면서다. 더 어이없었던 건 학생들 사이에서 이 남학생을 영웅시하는 분위기까지 일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선 하는 수 없이 해당 부모에게 전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폭력이 오간 건 아니지만 가슴 답답한 일들은 또 있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편향된 정치적 이념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교사들이 그렇다.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인터넷을 통해 교사를 ‘고발’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는 교육 현장이다. 신뢰, 믿음, 존경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신념과 정성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주는 교사와 그를 믿고 따르는 제자가 분명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자꾸만 삭막해지는 교육현장의 퇴보를 되돌리기엔 왠지 부족해 보인다. 학교, 학부모, 교육 당국 모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더 많은 똥주 선생과 완득이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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