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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용실 적응기

지금 나는 미용실에 앉아 있다. 파마를 하면서 한국의 미용실에 대해 써 볼 참이다. 이건 여자들이 최소 1년에 서너 번 경험하는,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지금 난 ‘세팅 파마’ 중이다. 머리카락 뿌리 부분은 곧게 펴고, 끝 부분은 물결처럼 웨이브를 주는 것이 세팅 파마다. 앤젤리나 졸리 같은 헤어 스타일을 생각하면 된다. 기계에 연결된 롤러를 머리카락에 매달고 있으면, 벨이 울리고 파마가 완성되는데, 매우 기술적인 과정이다.

한국 생활 9년째인 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건 간단한 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늘 안절부절이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설렘이 있고, 변신에 대한 만족과 실망이 교차한다. 더구나 내 경우, 언어의 장벽까지 있지 않은가.

한국에는 미용실이 많아서, 우리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도보로 약 7분 걸리는 거리에만 9개의 미용실이 있다. 그중 아무 곳이나 들어가 앉으면 마음에 쏙 드는 모습으로 바꿔주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위에 미용실은 많지만, 막상 갈 곳을 찾기는 어렵다. 어쩌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솜씨 좋은 미용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미용실은 빵집으로, 커피숍으로, 편의점으로 바뀐다.

한국 미용실은 훌륭하다. 예약을 따로 하지 않아도 좋다. 또 변신이 끝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직원 여럿이 고객 한 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누구는 녹차를 대접하고, 누구는 손톱 관리를 해 준다. 다른 직원은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링을 해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지만 한국인과 다른 질감의 머리카락을 가졌기 때문인지, 실패를 종종 경험하곤 한다. 의사소통이 잘 안 돼 머리카락을 자르고 염색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전이다. 지나치게 밝은 금발로 염색된 머리 색깔을 바꾸고 싶었다. 원래 타고난 색깔인 흑갈색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뿌리에 남은 원래 머리카락 색깔을 가리키면서 ‘브라운’이라고 말했다. 금발 부분을 가리키면서 맘에 들지 않는다는 뜻으로 코를 찡그렸다. 다시 머리카락 뿌리의 흑갈색 부분을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미용사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안심했다. 편하게 기대 앉아 잡지를 펼쳤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득 거울 속 모습을 봤다. 나는 완전한 금발로 변신해 있었다. 미용사가 내 뜻을 정반대로 이해했다는 얘기다. 이건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염색보다 까다로운 파마 얘기로 들어가면 끔찍한 이야기들이 줄줄 나온다.
이젠 믿고 맡길 수 있는 미용사를 찾았다. 작고 조용한 미용실의, 영어를 잘 못하는 미용사다. 하지만 우린 손짓 발짓으로 잘 통한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알고 그대로 머리 스타일을 바꿔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터득한 가장 중요한 비법이 있다. 가격보다, 위치보다, 친구 추천보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얻는 비결, 그것은 바로 사진이다. 원하는 스타일이 담긴 사진을 가져가면 만족스럽게 미용실 문을 나설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여러분이 해외에서 미용실을 이용해야 한다면, 이 방법을 써보길 권유한다.

한국의 매력은 많지만, 여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미용실을 빼놓을 수 없다.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편안하게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다. 동네의 작은 미용실은 따뜻한 이웃의 느낌까지 전해준다. 원하는 스타일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자람이 없었는데, 이젠 모든 게 해결된 셈이다.

글을 쓰는 사이 나의 변신도 끝났다. 거울 속의 내 모습, 헤어스타일만은 오늘 내가 들고 온 사진 속의 앤젤리나 졸리 같다. 드디어 한국의 미용실에 완전히 적응했나 보다.



미셸 판스워스 미국 뉴햄프셔주 출신. 미 클라크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아트를 전공했다. 세종대에서 MBA를 마치고 9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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