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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의 방사능 공포증

기자는 요즘 집에서 푸대접 신세다. 9살 딸아이 곁에 가려 하면 “윽~ 방사능! 오지마”라며 질색을 한다. 11살 아들이 체했기에 도쿄에서 가져온 한방소화제를 줬더니 이번엔 아내가 짜증을 낸다. “그걸 애한테 주면 어떡해. 약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On Sunday

지난달 하순 9일간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아시아 9개국 기자들과 함께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등지에 다녀온 뒤다. 후쿠시마는 미야기·이와테현과 더불어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곳이다. 일본 정부는 외국 기자들에게 지진 피해 복구가 막바지 단계며, 대부분 지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기자는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30㎞ 이상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와키 시내까지 들어갔다. 곳곳에 원전 근처에서 피난 온 사람들을 최장 2년간 수용하는 임시주택단지들이 있었다. 이재민 임시주택은 훌륭했다. 좁긴 하지만 방 두 개에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샤워기에 조그만 욕조까지 각각 갖춰져 있었다. 웬만한 가전제품은 다 갖추고 있었다. 선진국 일본의 저력이었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이 궁금했다. 이재민들은 일본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품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먹는단다. “먹어도 괜찮으냐”고 이재민들에게 물었다. “정부에서 검사한 후 ‘안전하다’고 하는 것만 유통되기 때문에 믿고 먹는다”고 답했다. 그들은 정말 일본 정부를 믿고 있었다. 아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쿠시마현 위쪽 미야기현 센다이도 방문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재일교포의 얘기에선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후쿠시마 것은 안 먹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난 것은 먹는다. 수돗물도 마신다.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센다이에선 스시도, 쇠고기 요리도 팔았다. 아시아 기자단 일행도 모두 먹었다. 안전하다고 하는데, 방사능이 찜찜하다고 굶을 수는 없었다.

도쿄로 돌아왔다. 일본 신문에 도쿄도가 11월 2일부터 쓰나미 피해 지역인 이와테현 미야코 지역의 지진 피해 잔해물을 받아들인다는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얘긴 없었다. 기사 말미엔 도쿄 시민들이 이 계획에 반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도쿄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 기자의 말에선 또다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도쿄에서도 수돗물은 마시지 말고 꼭 생수를 사먹어라”고 충고해줬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와서 마신 생수가 대부분 동일본 지역과 거리가 먼 혼슈 남쪽 지역에서 온 것이었다. 그럼 후쿠시마산 식품은? 일부 수퍼마켓의 ‘후쿠시마 응원 코너’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도쿄 외무성에서 만난 외무심의관(차관보급) 니시미야 신이치(西宮伸一)는 “방사선 허용치를 넘는 농작물은 유통이 안 된다. 먹거리 안전은 잘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도 자국 정부의 발표를 반신반의하는데, 일본땅을 자주 오고가야 하는 한국인은 무엇을 얼마나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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