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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진짜 실력 가늠하게 신비주의 벗어나라”

한나라당은 미스터리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패했는데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엔 힘이 없고, 메아리는 작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과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당내 도전자가 사실상 없고, 있어 봐야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 상태론 내년 대선 필패 … 박근혜, 기득권 내려놔야”

김문수 지사는 한나라당의 ‘작은 난쟁이’ 중 하나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3%를 넘지 않는다. 김 지사에게 왜 한나라당이 이 지경이냐고 물었더니 박근혜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당을 확 바꾸려면 새 인물을 대대적으로 영입해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소극적이어서 어렵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그동안 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당내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이 사사건건 박 전 대표를 공격할 때도 “당의 큰 자산”이라고 감쌌다. 그러나 10일 이뤄진 인터뷰에선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강도로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한마디로 “실력은 검증된 게 없는데 주변에서 신비주의로 감싸고 있고 이건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또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선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해야 하고 그 핵심은 서울 강남과 영남지역 현역 의원을 절반 이상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에게 수족을 자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세론이 위험하다지만 한나라당에는 다른 대안도 없는 게 아닌가.
“이회창 후보 때도 그랬다. ‘창(昌) 외에 누가 있느냐’고 하다가 대선에서 두 번 졌다. 지금은 더 위험하다. 그때보다 더 도전자가 없다. 이회창 후보는 개인 인기는 적었지만 실력은 있었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이 자꾸 해석론에 의존한다.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다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이다. 민주 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섰다. 과거에 그런 것을 두 번이나 겪어 봤는데 나중에 시련을 겪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허무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걸 박 전 대표 탓이라고 할 수 있나.
“박 전 대표의 말씀을 들어보면 알 듯 말 듯 모르겠더라.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인지 말씀 해석론에 매달린다. 한마디로 소통 부족이다. 좀 더 수평적이고 공공연한 국민과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당은 이회창 후보 때 이미 경고를 받았다. 그게 아주 옛날이나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해석론의 줄에 선 사람들은 폐쇄적 분위기와 신드롬에 빠져서 나 같은 사람이 말을 하면 황당한 사람의 얘기쯤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곤 ‘네 지지율이나 올리라’는 소리 밖에 안 한다. ‘너나 잘 해’라고 입을 막는다. 그런 일 내가 많이 겪었다. 박정희 대통령 생전에도 ‘너 뭐야. 네가 한 번 해봐’라고만 하다가, 그런 경직성 때문에 입을 다 막아서 굉장히 아픈 결과가 생기지 않았나. 박 대통령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우리나라는 진통이 굉장히 컸다.”

-그건 좀 이상하다. 김 지사도 평소에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나.
“맞다. 공이 많은 분이다. 경제 발전이나 중화학 공업에서 세계적인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민주주의 측면에선 상당한 희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북한이나 카다피나 후세인이나 전 세계가 돌아가는 게 모두 마찬가지다. 유연성이 얼마나 있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가느냐가 중요하다. 미국도 그렇다. 흑인인 오바마가 어떻게 힐러리를 이겼겠느냐. 역동적으로 바뀌는 게 민주주의 개방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렇게 안 하고 자꾸 그런 소리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지사 본인의 지지율은 왜 안 오른다고 생각하나.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한가.
“부족한 점이 많다. 제 입으로 일일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지율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도 보면 고건·박찬종 같은 분들도 한때 지지도가 높다가 떨어졌고, 안철수 교수도 순식간에 확 올라갔지 않았나.”

-김 지사는 한나라당이 안철수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안 교수가 지금은 반(反)한나라당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따지고 보면 안 교수는 나보다 훨씬 더 한나라당에 가까운 부모와 출신, 성장 과정, 직업, 언행을 갖고 있다. 나는 줄곧 반한나라당 일념으로 살았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한나라당에 들어와 있느냐, 그런 것 자체가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굉장한 힘이다. 안 교수를 어느 당이라고 특정할 게 아니라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서 당의 외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외연 확보는 끝이 없는 길이다.”

-안 교수는 반한나라당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한나라당과 손잡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떻게 저기에 가 있는가. 고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법이나 행정이다. 철벽같이 굳어졌던 베를린 장벽을 확 무너뜨리고 남북 간에 철조망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영입이 안 되는 이유는 한나라당 내 기득권 때문이다. 과감하게 자기 자리를 내놓고 오라고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금 박근혜당이다. 의원들 중 누가 자기 죽으려고 안 교수를 끌어 당기겠나. 그랬다가는 당내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니 가능성 자체를 열지도 않는다. 지금 같으면 변화의 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살신성인(殺身成仁)해야 변화의 기미가 생긴다.”

“역대 최대 참패에도 당은 태평성대”
-한나라당은 10·26 재·보선에서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당내에서 나오는데.
“재·보선 하이라이트가 서울시장 선거였다. 규모나 정치 비중, 향후 미치는 파장, 민심의 반영 정도 등 모든 점에서 볼 때 역대 최대 참패다. 민심이 이반한 정도가 아니다.”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하나.
“그냥 교체만으론 안 된다. 당 자체의 인식과 구조, 인적 부분과 당의 틀 자체를 바꿀 정도로 발상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당에 6대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지금 당은 정책 쪽으로 가고 있다. 정책 쪽으로 간다는 것은 인적 쇄신을 안 하겠다는 얘기다. 기득권 유지를 오래 하고 많이 할수록 내년 선거에서 더 크게 진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놔야 당이 살아난다. 홍준표 대표를 바꾸는 정도로는 안 된다. 최고 의사결정권을 개인에게 주지 말고 10명이든 20명이든 집단에게 주되 절반은 외부서 영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론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나.
“경제계·언론계와 지역 대표, 대학생, 20~30대 벤처기업가, 중소기업인 등 대표성 있는 단체가 수만 개다. 영입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당 지도부가 이미 거부한 내용 아닌가.
“당헌·당규대로 가자는 것인데 그러면 결국 패배한다. 나한테 ‘그런 말 하려면 너부터 지지도 높여 와라. 정몽준 전 대표와 둘이 합쳐도 지지도가 얼마나 되느냐’고 비판한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움직이지 않고, 그분의 뜻이 정확하게 뭐냐는 것을 놓고 주변에서 해석이나 하고 있다. 21세기의 코미디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래서 되겠나. 황당한 상황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최근에 치렀던 대선 중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하는 구도다. 안철수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안정감이 있고 실력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도 아니다. 의사고, 기반도 영남이고, 그분 지지자 중에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직도 태평성대다. 박세일이 당을 만들어 봐야 뭐가 되겠니, 김문수가 뭐가 되겠니, 정몽준이 되겠니 그런 얘기만 하고 있다.”

-당을 확 갈아치우자는 건데 그 기준은 뭔가.
“밖에서 보면 한나라당은 자기들끼리 따뜻한 아랫목에 모여 앉아서 웰빙하는, 일반 국민들과는 거리가 먼, 예쁘고, 돈 많고, 판사·검사 했거나 잘나가는 사람끼리 모여있는, 자기네들의 이익을 국민 이익보다 우선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걸로 돼 있다. 이런 이미지를 바꿀 만큼 물갈이를 해야 한다.”

-왜 영남을 절반 이상 바꾸라는 건가.
“한나라당의 안방이니까 아랫목부터 기득권을 내놔야 할 것 아닌가. 영남과 강남을 내놓자는 게 간단한 얘기가 아닌 건 안다. 한나라당 기득권 세력의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니까.”

-거기엔 이상득 의원도 포함되는 건가.
“알아서 하시겠죠. 대통령 이상으로 정계 입문도 빠르고 정계 위상도 높은데 본인 스스로 잘 판단할 거라 본다.”

-공천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인가.
“큰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자신의 거취를, 남들이 볼 때 순리에 따를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 지사 본인이 17대 총선 때 당의 공천위원장이었다. 자신이 그때 공천한 사람을 물갈이하자는 것인가.
“갈아 봐야 전문성만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기득권 유지다. 개혁 허무주의다. 그때는 가장 참신해서 뽑았다. 지금은 바꿔야 한다. 만물의 원리가 그렇다. 지금 식으로 가면 내년 총선은 굉장히 어렵다. 볼 것 없이 대패다.”

-본인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나.
“아직 나는 도지사다. 그런데 당에 대해 왜 말을 하느냐 하면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나도 어렵고 당도 어렵고 국가도 어렵다. 지금 식이라면 젊은이들로부터 버림받아서 정권이 교체된다. 아니면 총선에 실패해서 나라 전체가 크게 불안해진다.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도지사나 제대로 하라’고만 할 게 아니다. 내가 고교 3년 때 3선 개헌에 반대했는데 ‘학생이 공부나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소리를 평생 듣고 산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됐으면 말할 때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발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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