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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지원’ 어려운 독일 ‘찔끔찔끔 전술’로 일관 근본적 해결까진 먼 길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새 정부 출범으로 유로존은 한숨을 돌렸다. 두 나라 정부가 재정 긴축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는 11일 루카스 파파데모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과도 연립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출신인 그는 “국가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재정 긴축을 강하게 추진했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유임됐다. 새 내각은 내년 2월 19일로 예정된 총선 때까지 2차 구제금융안 비준과 개혁조치 이행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탈리아 새 정부 출범으로 훈풍 불지만…

이탈리아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2014년까지 150억 유로어치의 국유재산 매각 ▶2026년까지 연금 지급 연령 67세로 상향 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상원은 이날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경제안정화 방안을 압도적인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하원도 12일 같은 안건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예정대로 사임했다. 후임 총리는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맡는다. 스위스 LGT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알레산드로 페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고통스러운 개혁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몬티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9일 7.25%(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틀 만에 0.8%포인트 급락했다.

새 정부 출범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헤르만 반롬푀위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경제개혁안을 수용하는 것은 이탈리아가 다시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방향으로의 큰 전진”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혁안의 이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일단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10%를 넘어선 그리스보다 안정적이다. 은행권의 체력도 그리스보다는 튼튼한 편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도 140%를 넘어선 그리스보다는 낮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디폴트로 직행하는 것은 일단 피했지만, 훈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는 GDP가 2조 달러 수준으로 세계 8위, 유로존 가운데 3위인 대국이다. 반면 부채 규모도 1조9000억 유로(2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빚 규모가 그리스의 여섯 배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위기가 심해질 경우 ‘덩치가 너무 커서 구제하기 어렵다(too big to rescue)’는 것이 문제”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 들어 8월까지 400억 유로를 넘어서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전체 경상수지적자(540억 유로)를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1%로 예상됐던 이탈리아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낮췄다. 성장은 정체되는데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는 계속 커지고, 이에 따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이탈리아에 위기가 닥치면 GDP의 20%인 5000억 유로를 이탈리아에 빌려준 프랑스도 무사할 수 없다. 독일도 이탈리아에 1900억 유로가 물려 있다. 유럽은행에 신용부도스와프(CDS)를 판매한 미국과 영국의 은행들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유로존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이탈리아 문제가 일시적 유동성 부족이 아닌 상환능력 결여 차원으로 접어들어 해결이 어렵다”고 예견했다.

이 같은 ‘우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해도 자동적으로 연방정부로부터 복지 비용이나 운영자금을 빌릴 수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금융기관의 채무를 보증해준다”며 “캘리포니아는 독립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연방법과 규제를 받아들인 대신 연방정부의 보호를 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은 단일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인 통합에 박차를 가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유로존을 해체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CIA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GDP 규모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 캘리포니아와 비슷하다. 그리스는 경제 규모로 15위인 메릴랜드주 수준이다. 한국의 GDP는 1조 달러로 3위인 뉴욕주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면 별문제 없이 해결이 됐을 것이다. 미국의 GDP는 14조 달러 수준으로 유로존(16조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로존도 해결해 나갈 역량은 있다는 의미다.

열쇠는 여전히 독일이 쥐고 있다. 실제로 1990년 갑작스러운 통일로 동독을 떠맡게 된 독일(당시 서독)은 20년간 2조 유로(3000조원)를 지원했다. 동독의 상황은 현재 그리스보다 훨씬 나빴다. 당시 서독 총리였던 헬무트 콜은 금융시장과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독 마르크를 1대1로 서독 마르크로 바꿔주는 조치를 취했다. 90년부터 4년간 들어간 통일비용은 해마다 1500억 마르크에 달했다. 독일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독 주민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통일 비용을 기꺼이 떠맡았고, 동독 주민들은 콜 총리의 기독교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재정 위기 초반에 그리스의 빚을 탕감해 주고, 이탈리아의 채무에 보증을 서 줬다면 현재 유로존의 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편다면 메르켈 총리는 정권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독일의 여론은 독일 국민의 세금으로 그리스나 이탈리아를 지원하는 데 매우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유로존 해체를 두고 볼 수도 없다. 결국 메르켈 총리의 선택은 ‘살라미 전술’이 될 수밖에 없다. 살라미는 이탈리아 전통 햄이다. 필요할 때마다 칼로 얇게 잘라 먹는다. 상대로부터 조금씩 양보를 받아내 결국 원하는 것을 다 얻는 것이 살라미 전술이다.

독일 국민들에게 ‘통 큰 지원책(그랜드 바겐)’을 강요할 수 없는 메르켈 총리는 작은 위기가 터져나올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국민을 설득해 조금씩 빚을 탕감해 주거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윅대 교수(정치경제학)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웃 나라들의 빚을 과감하게 탕감하는 대신 리파이낸싱으로 시간만 벌고 있다”며 “결국 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면서, 장기간 경제회복을 위한 유로존의 협력만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중의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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