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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을 이기는 방법

지난 8월 초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문제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지 벌써 3개월 넘게 흘렀다.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의 기억이 아직 생생히 남아 있어서인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의 상황 전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이 나타났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10월엔 유럽연합(EU)이 ‘그랜드 플랜’이라는 이름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자 시장은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재정 악화 국가들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는 7% 선을 최근 상향 돌파하자 다시 우려감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문제 해결을 위한 총론은 이끌어 냈지만 각론 부분에서 합의가 나오기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길을 걸을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정치적 리더십 문제, 그리고 EU 각국 간의 상이한 역사적인 배경 등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 문제와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확충 문제다.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보여준 것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해결을 대부분 시장에 맡겨 놓은 상태이고, 그나마 정치적 이해의 차이로 실행력이 미지수인지라 상당기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지금의 시장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따라서 당분간 시장의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결을 위한 큰 발걸음이 시작되었고 시장은 점차 이에 대해 내성을 갖기 시작했으므로 이 문제가 전보다는 악재로서의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의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되는 주요 이유다.

그렇지만 불안한 와중에도 주식시장에서는 미묘하나마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 자본시장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이 약화되거나 후퇴할 때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모색이 돌파구가 됐다. 최근 시장에서도 그러한 현상의 일단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스티브 잡스의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비즈니스 생태계의 모바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모바일 체계로의 진화가 결국 생산성의 향상을 비약적으로 가져다 주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비록 전 세계가 저성장의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지만 성장의 희망마저 버릴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소셜쇼핑(온라인 공동구매) 업체 중 하나인 ‘그루폰’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상장 초기의 시가총액이 무려 165억 달러로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야후의 시가총액에 육박했다.

또 조만간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업체인 ‘징가’ 역시 상장될 예정인데,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애플로부터 촉발된 폭발적인 스마트폰 보급을 통한 모바일 세상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새 비즈니스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이와 관련해 거품의 우려가 있긴 하나 모든 신기술이 초기에는 거품을 통해 성장의 토양을 만들어왔음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보인다.

아울러 기존의 선진국이 이끌던 시대가 서서히 지고 있고, 이머징 국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2011년 주가가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몇몇 이머징 국가들의 공통점을 통해 이번 위기 이후의 장기적 주가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몇몇 아시아와 칠레, 멕시코를 위시한 중남미 이머징 국가들의 주가 약진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전반적인 시장의 약세 기조 하에서도 선별적인 주가의 약진은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서 일고 있는 변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인지, 새로운 기업 생태계에 최적의 진화를 할 수 있는 기업인지 깊이 있게 분석하고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시장은 한 손에는 유럽 문제를, 그리고 또 다른 손에는 미래를 투영하는 유리 구슬을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지수 움직임에 지나치게 매몰돼 우리의 투자 대상인 산업과 기업의 거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다짐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고 또 한번 실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강신우(51)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1988년 한국투자신탁 입사 후 91년부터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99년 현대투신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템플턴·PCA·한국투신운용을 거쳐 현재 한화자산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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