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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한국 제품의 마케팅으로 연결한다면 …

한류 열풍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까지 한류는 일본과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아시아권을 넘어서면 한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추세가 조금씩 바뀌어서 한류는 유럽과 미국, 남미까지 전파되고 있다.

최종학의 경영산책

필자는 오랫동안 홍콩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한류의 효과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그리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크게 히트를 했고 2005년 방영된 ‘대장금’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대장금은 홍콩에서 평균 시청률 70%대를 기록했으며, 마지막 회는 홍콩 인구 700만 중 400만 명 정도가 시청을 했다고 한다. 여주인공인 이영애씨가 홍콩을 방문했을 때는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홍콩을 찾아서 시범경기를 했던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 때보다도 시민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고 비교될 정도였다.

물론 이영애씨뿐 아니라 전지현씨나 배용준씨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2005년 배용준씨가 영화 ‘외출’을 찍으면서 대형 콘서트 장면에 관객으로 출연할 엑스트라가 필요하자 팬클럽에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며칠간 홍콩발 서울행 비행기가 중·장년 여성 팬들로 만원이 될 정도였다.

대장금은 홍콩 사람들의 생활관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한국 식당에 가면 줄을 길게 늘어서야 했고, 홍콩 사람들이 한국 식품을 사기 위해 한국 수퍼를 찾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나 TV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옷·식품·인삼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류 덕분에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와 한국의 이미지가 달라진 것이다. 홍콩 사람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국가로 미국 다음으로 한국을 뽑을 정도였다. 홍콩만이 아니라 일본·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드라마와 영화로 시작한 한류는 그 뒤 K팝으로 번졌다. 신승훈과 비가 홍콩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뒤에는 거의 한국과 다름없을 만큼의 수준으로 다수의 젊은 아이돌 가수들이 홍콩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부상했다.

한류 열기를 설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한류를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개선됨에 따라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신뢰를 가지면서 한국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드라마가 매일 한두 개씩 홍콩의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있는데, 그 드라마에 붙어있는 광고 중 필자가 직접 본 한국회사의 광고는 불과 셋뿐이었다. 모델료가 너무 비싸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도 홍콩에 알려진 한류스타가 아니었다. 또한 광고 내용도 이들 회사가 한국 회사인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광고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들이 한류를 통해 갖게 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한국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기업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 회사들의 광고가 방송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에 붙은 광고에는 한국 상품의 광고들이 가끔 보였다. 시청률이 별로 높지 않은 케이블TV의 CNN 방송에는 가끔 한국으로 관광 오라는 국가 홍보 차원의 광고가 방송되었다. CNN을 보는 사람들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층이 한국에 대한 호감이 큰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다른 시청자들을 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이 이런 문제점을 하루 빨리 깨닫고 한류 열풍을 한국이나 한국 제품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한류를 마케팅에 잘 활용한 예는 락앤락을 들 수 있다. 락앤락은 중국에 진출하면서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할을 했던 양미경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내용도 한국 제품임을 알릴 수 있도록 한복을 입은 한상궁이 등장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찍고, 제품의 상표도 한글로 표기했다. 철저히 한류 열풍과 한국제품임을 연결시킨 홍보 전략의 성공으로, 락앤락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명품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관점을 돌려서 한류를 아시아권을 넘어서 더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사실 웬만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만 열려도 수만 명의 관중이 모일 만큼 한류는 이미 깊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 남미에서는 아직 한류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한 그룹이 단독 콘서트를 열 만큼 K팝 시장이 넓지 않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올해 파리에서 ‘SM Town Live in Paris’라는 콘서트를 열어 성공했지만, 아직 아시아에서의 인기에 비하면 유럽에서의 한류는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한류를 일반 대중에게 더 잘 알리기 위해서는 SM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연합해야 한다. 즉 한류가 덜 알려진 국가에는 한 회사가 아니라 모든 기획사들이 힘을 합해 소속 스타들을 총출동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만약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 회사가 이런 모임을 주도할 수 없다면,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이나 한류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방송국이 이런 행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기대만큼 관객이 모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곳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 한류 효과를 얻으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을 가진 기업들이 콘서트에 스폰서로 나서는 마케팅 활동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구매력이 별로 없는 젊은 층이 관객의 대부분이라 하더라도, 한류를 사랑하는 젊은 관객들이 시간이 흐르면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을 가진 고객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서 한류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 아이돌 그룹 콘서트의 표를 구매해 유력한 인사들이나 고객들의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방법이 그 예다. 현지 대리점이나 거래처 직원들의 단합과 홍보를 위해서도 가족들을 모두 콘서트에 초청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리라. 미국의 경우도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이나 야구 챔피언 결정전인 월드시리즈의 입장권의 상당수는 기업들이 구매해 중요 고객이나 거래처에 선물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활동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처럼 세계 각국에 한류 붐이 생긴다면 몇 년 후에 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의 미래를 바라본 과감한 투자를 기대해 본다.



최종학(44)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와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와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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