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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릴러 한 권이면 짧기만한 가을밤



엣지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544쪽, 1만4000원



앤젤스 플라이트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544쪽, 1만3800원



권력의 분립

빈스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468쪽, 1만3800원 (이상 랜덤하우스코리아)




장르 소설 팬들을 위한 잔칫상이 마련됐다. 미국 스릴러 소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세 대가의 신간(신작이 아니다)이 한꺼번에 나왔으니 말이다. “‘CSI’ 등 생동감 넘치는 영상이 뒷받침되는 ‘미드’를 거의 실시간으로 보는 마당에 무슨 종이책으로 스릴러를…” 하는 이들도 생각을 고쳐 먹을 만하다. 읽는 이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소설은, TV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엣지』. 덴절 워싱턴과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본 콜렉터’의 원작을 쓴 제프리 디버의 작품이다. 그는 전신마비인 법의학자 링컨 라임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다. 작품에 나오는 치밀한 증거 수집, 정교한 추리는 과학수사 드라마의 원조라 할 만하지만 작품마다 결말 부분에서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마련해 두는 솜씨는 일품으로 꼽힐 정도다.



 『엣지』는 디버가 간간히 발표하는 독립작품(스탠드 얼론)의 하나로 중대 범죄의 증인을 보호하는 경호관 코르트가 주인공이다. 제목 자체가 상대방의 약점을 뜻하는 ‘모서리(edge)’이고, 색다른 직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큼 범인의 의뢰로 증인을 제거하는 ‘칠꾼(hitter)’, 증인에게서 정보를 짜내는 ‘캘꾼(lifter)’ 등 낯선 번역어가 등장하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경호관들은 양치기(shepherd)로 불리는데 코르트는 단순한 셰퍼드가 아니다. “양치기의 일은 양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주인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위험이 될 늑대들의 목을 물어뜯는 것 둘 다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찰관 라이언 케슬러 가족을 노리는 칠꾼 헨리 러빙과 이를 막으려는 코르트 간의 대결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자신의 ‘스승’을 살해한 러빙에 대한 코르트의 복수와 케슬러 가족의 비밀이 밑그림을 이룬다. 보드 게임 전문가인 코르트와 러빙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흡인력이 뛰어나지만 총격전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이 넘치도록 들어간 것이 디버의 전작과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로스앤젤레스의 91m짜리 철도를 뜻하는 『앤젤스 플라이트』는 LA를 배경으로 흑백 갈등과 부패 경찰이 버무려진 경찰소설이다. 주인공은 베트남전에서 활약한 ‘땅굴쥐’ 출신의 형사 해리 보슈. 엔젤스 플라이트에서 인기 민권변호사 하워드 일라이어스가 살해된다. 그는 아동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마이클 해리스의 경찰 상대 민사소송을 대행하던 중이었다.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 흑인인데다가 경찰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맡은 보슈는 경찰 안팎에서 압력에 시달리는데….



 1992년 로드니 킹 재판으로 촉발된 LA 흑인폭동에서 모티프를 얻은 듯한 이 소설은 범죄 스릴러지만 사회소설로도 읽힌다. LA를 배경으로 인종차별과 아동성폭행이 작품의 주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흑인)시민들의 소요는 그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임계질량에 도달할 때 발생하는 거예요. 텔레비전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소외된 사람들의 기본권을 해결해주지 않는 사회와 관련이 있는 거라고요.”



 이런 구절을 다른 스릴러물에서 쉽게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매력은 주인공의 캐릭터. 실제 오랫동안 LA타임즈의 경찰 출입기자로 일한 작가는 보슈라는 ‘반영웅’을 창조해냈다. 보슈는 여느 스릴러물 주인공과 달리 초인적인 능력도 없고 성격이나 외모도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도 범죄의 상처를 안고 있으며 조직에서도 겉도는 인물이다. 그런 보슈가 오로지 끈기와 경험, 의지를 무기로 사회악과 맞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이 인간적 흥미를 자아낸다.



 세 작품 중 스케일이 가장 큰 것이 테러와의 전쟁을 다룬 『권력의 분립』. 밀리터리 스릴러의 거장 톰 클랜시의 후계자로 꼽힌다는 빈스 플린이 쓴 것으로, CIA의 대테러 특별팀 오리온의 비밀요원 미치 랩이 등장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CIA의 신임국장 후보에 오른 아이린 케네디를 낙마시키려는 악덕 자본가와 상원의원의 음모에 맞서는 한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치 랩의 활약이 미국과 이스라엘·이탈리아·이란 등을 배경으로 숨가쁘게 펼쳐진다. 미치 랩의 초인적 활약과 워싱턴의 파워 게임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킬링 타임용으론 최고급이라 할 수 있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주요 플롯 중 하나인 미치 랩의 러브 라인 등 전작을 읽어야 제맛을 알 수 있고, 2001년에 나온 작품이어서 사담 후세인이 이미 처형된 지금에 와선 선도(鮮度)가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플린의 전작『권력의 이동』『제3의 선택』부터 읽기를 권한다. 그렇게 하면 인기 미드 ‘24시’의 탄생에 영감을 주었다는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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