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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플라시도 도밍고가 찾아낸 ‘보석’, 바리톤 김무섭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제 세계적 테너로서의 자리에만 서 있지 않다. LA 오페라의 실제적 대표라 할 수 있는 제너럴 디렉터로서 경영자의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휘자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 자리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숨어 있는 ‘오페라의 보석’을 찾아내는 일이다. “목숨 걸고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대단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도밍고의 이 보석 찾기 프로젝트에 딱 걸려든 한인 성악가가 있다. 바리톤 김무섭(31)이다. LA 오페라가 6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시즌 세 번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의 친구 머큐시오(Mercutio)로 출연하는 그를 공연장인 LA 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만났다.



세계 무대 서려면 인성부터 세계화하세요

글=LA중앙일보 유이나 기자

사진=LA중앙일보 신현식 기자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입니다.



 “바리톤으로서 모든 성악가들이 탐내는 배역입니다. 이 작품에는 로미오의 친구가 네 명 등장해요. 그들 가운데 머큐시오는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의리 있는 친구로 이 극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다음으로 비중이 큰 주역입니다. 1막에서 줄리엣에 사로잡힌 로미오를 못마땅해 하며 아리아(Mab, la reine des mensonges)를 부르며 이 작품의 막을 힘차게 올리지요.”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요. 그래서 저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작품에는 배역마다 전해지는 설이 있어요. ‘저 역을 맡으면 다음에는 무슨 역이 주어진다’든가 하는 일종의 오페라 계속설이라 할까요. 머큐시오가 바로 그런 역입니다. 잘하면 다음에는 타이틀롤로 갈 수 있는, 전 세계 오페라계로부터 주목받는 역이지요. 아리아가 빠른 템포라 음악도 쉽지 않고 캐플릿가(家)의 무도회에서 싸우는 신이 있어서 파이팅 디렉터로부터 칼싸움 연습을 강도 높게 받아야 하고. 노래도 노래지만 이 싸우는 연기가 매우 어려운 역입니다. 칼이 정확하게 상대를 맞춰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더군요.”



●LA 오페라에 어떻게 발탁됐나요.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도밍고가 젊은 성악가 유망주들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도밍고-손튼 영 아티스트에 선정된 것이 계기였지요. 현재 도밍고의 이 프로그램에서 트레이닝받고 있는 성악가가 8명인데 이번 시즌 주역을 맡은 것은 저뿐입니다. 이것도 대단한 행운이지요.”



플라시도 도밍고
●이번 공연은 도밍고가 지휘를 맡아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리허설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도밍고를 보면서 ‘세계 무대에 선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거장을 바로 앞에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 공연을 한다는 것은 바로 그 자체만으로 도전이 되더군요. 흥분되는 경험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자입니다. 그만큼 도밍고의 존재는 이번 공연에서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성악가의 꿈을 키운 건 언제인가요.



 “고등학교 때였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볍게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습니다. 팝송, 유행가 부르기를 좋아하고.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 선생님이 ‘성악하면 성공할 것 같다’며 음대 가라고 조언하시는데 저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부모님 설득하느라 시간 보내고. 다행히 제가 차남이라 부모님도 마침내는 ‘너 하고 싶은 것 하라’며 승낙하셨어요. 한인 부모님들, 아들 예술 하는 것 별로 탐탁해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줄리아드에서도 공부했지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서울대 음대 졸업 뒤 맨해튼 음대에서 석사 하고 보컬 아츠 아카데미에서 1년간 공부한 후 줄리아드 오페라 센터에 들어가 3년간 레지던트 아티스트로 수학한 것이 오페라 가수로서의 든든한 받침대가 돼 주었어요. 한국에서는 김성길 선생님에게 레슨 받았고 미국에 유학 온 뒤 신시아 호프먼, 카를로스 세라노, 스티븐 스미스 등 성악 교육으로는 명망이 높은 분들에게 교습을 받았는데 이분들에게 배운 모든 것이 오늘날 저를 키운 초석입니다. 특히 김성길 선생님은 제가 성악가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멘토입니다. 여든이 넘으신 대선배이시고 선생님이면서도 어린 제자인 저에게 늘 뭐든지 배우려고 하세요. 저도 김 선생님과 같은 성악가로 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뭘까요.



 “글쎄요. 부드러움이라고 할까요. 주변에서 제 목소리가 다른 바리톤들에 비해 부드럽다고 해요. 특별히 강할 때는 강하고 낮게 흐를 때 그 분위기를 잘 잡아 호흡한다는 평가도 듣고 있습니다. 제 자랑이라기보다는 주변의 이런 평가가 저의 기쁨이자 자랑이겠지요.”



●단점은.



 “소심해요. 보기에는 대범해 보인다는데 이것저것 은근히 마음 쓰이는 게 많아요. 성악가로 크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 같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무대에 설 때 떨리지는 않습니다.”



●소수계로서의 벽 같은 게 느껴집니까.



 “벽이라기보다는 문화적 감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요. 우리는 점잖고 무게 잡는 데 익숙하잖습니까? 그런데 이곳 가수들은 감정 표현이 자유롭고 언제 어디서나 솔직하게 자기를 나타내는 데 익숙해서인지 극중 배역으로의 감정 이입이 빨라요. 이들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합니다.”



●원하는 배역이 있나요.



 “모차르트의 작품은 모두 좋습니다.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의 글리엘모, ‘돈 조반니(Don Giovanni)’의 돈 조반니 등 경쾌하면서도 화려하고 심오한 역이 마음을 끌어요. ‘라 보엠’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LA 오페라의 마지막 시즌 작품인 ‘라보엠’에서 음악가 쇼나르 역으로 출연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람이라면.



 “유럽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독일의 오페라단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아직 확정되지 않아 발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세계 무대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공연 활동을 하다 보니 대화에서 밀리지 않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영어도 잘해야겠고 유럽에서는 또 그 나라 언어를 익히는 게 중요하겠지요. 노래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래와 연기 실력을 쌓는 것 못잖게 그 나라 문화와 언어, 생활 방식을 익히고 잘 어울리는 것을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 무대에 서려면 인성부터 세계화되도록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페라가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작품 줄거리만 알고 감상하시면 오페라만큼 재미있는 공연이 없습니다. 많이 오셔서 박수 쳐주시는 것만큼 큰 후원은 없을 것 같군요. 앞으로도 활동을 지켜봐 주십시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꾸준히 앞을 멀리 내다보며 좋은 성악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리톤 김무섭



1980년생으로 2001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고, 2003년 맨해튼 음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07년 줄리아드 오페라 센터에서 레지던트 아티스트 과정을 마쳤다. 2009년 그리머글래스 오페라에서 영 아메리칸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며 2010~2011년 도밍고-손튼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수혜자로 LA 오페라에서 활동 중이다. 울프 트랩 오페라 컴퍼니의 ‘카르멘’ ‘볼포네’, 시애틀 오페라의 ‘아멜리아’ 등에 출연했으며 2010년부터 LA 오페라의 ‘일 포스티노’ ‘피가로의 결혼’ ‘로엔그린’ ‘리골레토’ ‘코지 판 투테’ 등에 출연했다. 2010년에는 울프 트랩 오페라에서 공연했던 볼포네의 볼토레 역 앨범이 그래미 클래시컬 뮤직 오페라 레코딩 부문 후보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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