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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와 함께] 죽으러 땅끝까지 가는데 왜 하고싶은 일이 자꾸 생기지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이성숙 지음, 별숲, 196쪽

9500원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15~19세) 자살률은 인구 십만 명 당 8.3명. 소설의 주인공 기환도 자살을 도모한다. 길을 건너는 기환을 향해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운전하던 아이가 피를 흘리고 쓰러진 뒤부터였다. ‘꼼쥐’라는 아이는 운전자가 식물인간이 됐다며 기환을 가해자로 몰고, 병원비조로 학원비를 꼬박꼬박 뜯어간다. 동생에게만 사랑을 퍼붓고 기환을 벌레 보듯 하는 엄마에게 그런 사실을 털어놓기는커녕 학원비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죄책감도 크다. 기환은 자주 드나들던 카페에 자살하러 간다는 글을 남긴다.



 ‘서머 스노우맨’이란 아이가 같이 가자는 댓글을 남기면서 동행이 생긴다. 여성의 정체성에 남자의 몸을 갖고 태어나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샤인’, 외계인과 접선한다며 안테나 달린 헬멧을 쓰고 다니는 ‘깡통’ 등 모두 네 명이 자살 길에 동행한다. ‘서머 스노우맨’은 땅끝마을에 가서 죽자고 일행을 설득한다.



 “지금 당장 외진 곳을 찾아가 모든 걸 끝낼 수도 있어. 우린 그러기 위해 모인 거니까. 하지만…… 우리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잖아?”



 땅끝으로 향하는 길은 우여곡절 끝에 무전여행이 되고, 길어진다. 어차피 죽을 것 며칠 늦어진다고 안 될 것은 없다. 희한한 건 죽고 싶다면서 ‘죽기 전에 하고픈 일 100가지’ 목록을 만들며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보이는 서머 스노우맨이다.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동행한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조금씩 자신의 길도 찾아나간다. 드라마작가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작가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빚어낸다.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와 더불어 노르웨이 작가 시몬 스트레인저가 쓴 청소년 소설 『바르삭』(놀)도 읽어 보길 권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쪽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불법 입국을 감행한 흑인 소년과 다이어트가 지상 최대 과제인 백인 소녀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탈출의 뱃길은 먹을 것과 물이 모자라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고난의 길이다.



 죽고자 떠나는 이들과, 살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는 이들을 대비하면 삶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청소년이 읽으면 헤어날 힘을 얻을 것 같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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