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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⑦ 오늘 ‘길의 날’ 길 문화축제 여는 도보여행가 신정일

11월 11일은 ‘길의 날’이다. 전국의 트레일 단체가 모여 결성한 ‘한국길모임’은 11일 제주 올레길에서 ‘길의 날’을 선포한다. 하루만큼은 두 발로 걸으며 우리 국토를 다시 알자는 취지로 제정한 것이 ‘길의 날’이다.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열리는 제주를 비롯해 11일 전후로 전남 해남과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낙동강 상류 석포~명호 코스 … 30년간 다녀본 길 중 최고”

전북 전주에서도 ‘길 문화축제’가 열린다. 행사를 주최한 주인공은 답사모임 ‘(사)우리 땅 걷기’의 신정일(57) 대표. 신정일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걸은 사람으로 통한다. 400개가 넘는 전국의 산을 올랐고, 한강·금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등 전국의 큰 강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고, 영남대로·관동대로·삼남대로 등 잊힌 옛길을 찾아서 걸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두 발로 디디고 다닌 그가 2005년부터 벌이는 사업이 ‘길의 날’ 제정이다. 그가 직접 닦은 ‘전주 천년고도 옛길’을 함께 걸으며 ‘길의 날’ 제정의 의미를 물었다.



글·사진=홍지연 기자



신정일 대표는 전국 어디든 우리의 역사가 깃든 곳을 찾아 두 발로 걸었다. 우리 민족을 낳고 기른 한강, 금강, 낙동강에 일찍이 주목하고 선조들이 걸었던 옛길을 복원하려 힘써 온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길 전문가다. [홍지연 기자]
신정일 대표와 함께 걸은 길은 전주 천년고도 옛길의 1코스 ‘건지산 길’이다. 전체 길이는 11㎞ 정도로 네 시간이면 충분히 다 걸을 수 있다. 단풍나무길도 과수원길도 있고 오성저수지길도 있고 편백나무길도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란히 걸으며 ‘길의 날’의 의미를 물었다.



 “11월 11일. 숫자 1일이 꼭 가지런히 나 있는 길 모양 같지 않나요. 두 발로 걸으며 선조가 살아온,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를 다시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2005년 ‘우리 땅 걷기’에서 ‘길의 날’ 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어요. 8월 ‘한국 길모임’이 발족돼 뜻을 같이하고 있죠. 국회에서 세미나도 열었고 1만 명이 넘게 서명도 받았습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공식적인 기념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길 문화축제’는 또 무언가요.



 “길 문화축제는 ‘길의 날’을 기념하는 걷기 축제입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올해로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올해는 일정이 빠듯하네요. 축제 첫날인 11일 오전에는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 ‘길의 날’ 행사를 치르고 오후에는 전주로 날아와 ‘길 문화 축제’에 참석해야 합니다. 13일에는 전주천변에서 상여놀이를 재현하고요. 이맘때면 전주천에 억새가 만발하는데 화려한 꽃상여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룰 겁니다.”



-길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세요. 언제부터 걷기에 빠지셨나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밖에 못 다녔어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집 주변의 산천을 걸어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죠. 늘 길 위에서 떠도는 삶이었어요. 그러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읽었는데, 독특한 역사적 관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태 읽었던 책과는 전혀 달랐죠. 이후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우리 땅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유난히 강을 따라서 많이 걸으셨어요.



 “역사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강에 주목하게 됐지요. 섬진강변에 살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죠. 강은 인간의 삶과 직결됩니다. 인류 역사로 봤을 때 항상 강 근처에서 삶을 영유했어요. 강에서 나고 먹고 자라고 결국 거기에 묻히게 됩니다. 인간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게 강입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걸으신 거예요.



 “30년 가까이 걸었으니까 20만~30만㎞ 정도 될 겁니다.”



-생의 절반이 넘는 기간을 걸어다니신 거네요.



 “걷는 건 결국 일생을 살아간다는 일이에요. 걸으면서 생각도 하고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걷다 보면 혼자만의 삶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볼 수 있어요. 타인을 바라보고, 나무와 풀, 나아가 생태계, 전 인류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더 먼 곳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게 바로 넓게 바라본다는 것인데, 길을 걸으면 이런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가장 좋았던 길 하나만 집어 주신다면요.



 “낙동강 상류 석포에서 명호까지 가는 길(지도)을 제일 좋아합니다. 나흘쯤 걸리는 길인데, 한적하기도 하고 전인미답의 경치를 보여주죠. 꼬박 한나절을 걸어도 사람 하나 못 만나는 그런 곳입니다. 강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좋아합니다.”



-전국이 지금 걷기 열풍에 빠졌는데 이유가 뭘까요.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아닐까요. 자동차에 너무 의지하다 보니까 성인병도 생기고, 여러 문제가 많아지다 보니 걷기 열풍이 분 거죠. 걷는 것은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좋아요. 치열한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이 두 발로 걸으며 정신과 몸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겠죠.”



 전주 천년고도 옛길은 험하지 않았다. 정돈도 잘 돼 있어 걷기에도 편했다. 신정일 대표는 이 길을 만드느라 수십 번은 더 걸었을 터인데,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아이 모양 환히 웃으며 물어왔다. “정말 좋지요?” 그 해맑은 표정을 보며 그가 왜 평생 걷고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신정일은



1954년 전북 진안 출생.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책을 쓰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다. 1985년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자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했고, 2005년 답사단체 ‘(사)우리 땅 걷기’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며 전국을 걸었다. 저서로『다시 쓰는 택리지』(전5권), 『한강 따라 짚어가는 우리 역사』『영남대로』 등 58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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