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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30m 밖 행안위로 피난 … 외통위 ‘블랙코미디’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9일 오후 3시30분 국회 본청 445호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명패(名牌)’가 놓였다. 자기 집 문패를 남의 집 대문에 걸어 놓은 격이다. 그나마 명패는 아크릴에 종이를 끼워 넣어 만든 간이 명패였다. 열흘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회의장 점거가 이어지면서 외통위 회의장에선 의원들의 명패조차 가져올 수 없었던 것이다. 외통위 회의장은 행안위에서 불과 30m 거리에 있다. 30m 떨어진 회의장에서 명패조차 가져올 수 없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였다.



 이날 국회 직원들이 행안위 회의장을 정리하고 방송장비 등을 준비하는 데 든 시간은 40분이 넘었다. 평소 20분 정도면 가능하던 회의 준비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이유는 외통위 행정실에서 국회 직원들이 각종 회의자료와 의원들이 쓰던 노트북 등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짐을 나르던 국회 직원 한 명은 “멀쩡한 회의실을 놓고 왜 ‘피난민’ 신세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에 의해 점거당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 10일 야당 의원 보좌진들이 앉아 있다. [김형수 기자]
 외통위는 전통적으로 각 당의 중진 의원들이 포진해 왔다. 그래서 ‘신사’ 상임위로 첫손에 꼽혀 왔으나 그것도 이젠 옛말이 돼 버렸다.



 외통위는 17대 국회 말인 2008년 2월에도 민노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반대해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회의장을 옮긴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 진영 간사와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간사가 합의해 본청 245호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러다간 외통위원들의 ‘곁방살이’가 정기적인 행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외통위원들이 행안위에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외교통상부의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을 때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슬며시 행안위 회의실로 입장했다. 김 의원을 본 국회 관계자는 “외통위 회의장은 점거해서 회의를 방해하고, 다른 상임위에서 열리는 회의에 들어오는 건 블랙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남경필 위원장에게 “행안위원들이 자기들도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하면 다음엔 다른 위원회로 걸식(乞食)하듯 의원들을 끌고 다닐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박 의원의 분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의 회의장 점거는 11일째 계속됐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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