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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수의 희망이야기] 수능을 끝낸 너에게

손병수
논설위원
수고했다. 드디어, 마침내, 수능(修能) 시험이 끝났구나. 마침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다. 출제 수준도 지난해보다는 쉬운 편이었다니, 답안지 메우기도 아주 어렵지는 않았겠구나. 수험생 70여만 명이 너와 함께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하나 넘어선 셈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수능은 끝이 아니다. 대학으로 가는 하나의 관문일 뿐이다. 대학 이후, 앞으로 네 삶에 가로놓인 수많은 관문들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끝났구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네게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수능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너의 첫 시험은 참담한 실패였다. 방황의 끝에서 선택했던 군 복무. 제대 이후에 다시 시도한 두 번째 수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겠다”던 너의 다짐을 생각한다. 빠른 친구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을 나이에 너는 수능 학원과 독서실을 지켰다. 5월의 향기, 여름날의 해변, 고궁의 가을을 애써 외면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몸을 꼬고 앉은 채로 자정을 넘겼다. 놀기 좋아하고 공부 싫어했던 너를 기억하는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 왜,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는 안다. 네겐 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2년 전 너는 제대하자마자 내가 살던 뉴욕으로 날아왔었다. 짧은 머리에 영어는 더 짧았지만, 너는 당당히 맨해튼을 누비고 다녔다. 박물관도 가고 클럽도 즐겼다. 거침없이 맨해튼을 휘저으며 너는 다른 세상에 눈을 떴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키우기 시작했지. 서울로 돌아가서 독서실에 파묻혔다는 소식을 나는 당연하게 들었었다.



 요즘 네 또래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김난도 교수(서울대)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어느 재수생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더구나. 너도 읽었을지 모르겠다. 김 교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만든 것은 한 번의 멋진 점프가 아니라 천 번의 엉덩방아였다”고 썼다. 그는 김연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은 ‘오늘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온 이들’이라면서 “무엇을 하건, 오늘의 고통 없이 내일의 성공은 없다”고 강조하더군. 당연한 얘기다. 수업시간에 여러 번 들은 얘기일 테고. 그러나 그 당연한 것들을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너는 세 번의 수능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엉덩방아든, 엉덩이의 종기든 꿈을 향한 고통이고 투자가 아니겠느냐.



 며칠 전 네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었지. “여기까지 온 네가 자랑스럽다. 후회 없이 마무리하자. 세상은 누가 뭐래도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정확히 1분 후에 답신이 왔더구나. “예, 도전은 계속될 겁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그 답신을 오래 간직하련다. 너처럼 꿈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 네가 선택한 고통과 도전이 이번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다른 수험생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 너의 수능은 끝났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숨은 돌리고 가렴. 주말에 술 한잔 어떨까. 정말 수고했다.



손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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