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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 마그마’가 꿈틀거린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목선을 타고 북한 주민들이 넘어오고 있다. 죽을 각오로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고뇌할지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22년 전 수업을 듣다 그곳으로 달려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손으로 팔짱으로 연결된 인간장벽이 돌덩이 장벽을 뒤덮고 있었다. 바늘구멍 틈새 하나 용납지 않았던 콘크리트가 벌써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동쪽과 서쪽에서 외치는 승리의 함성에 장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에 그곳에서는 휘황찬란한 군사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동독 공산주의의 사수를 위해서. 얼마 뒤 국민들에 의해 사살당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도 함께 있었다. 밤에는 100만 명이 횃불을 치켜들고 ‘동독이여 영원하라’를 외쳤다. 불과 한 달 후에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주민들이 떨쳐 일어서는 순간 동독 공산주의는 종말을 고했다.



 우리는 평화적인 통일을 원한다. 어떠한 여건과 상황의 전개 속에서도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 주민들이 그들 체제를 스스로 평가하고 결정하고 몸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들이 자신의 체제에 만족한다면 그대로 족한 것이다. 다만 그들이 한국민(韓國民)이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틔워주어야 한다. 동시에 대한민국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유·민주·복지·인권 그 어느 측면에서도 북한이 견줄 수 없음을 그들이 체감하게 해야 한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도, 동독·루마니아·체코·헝가리 모든 동구의 공산정권도 무너졌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원한다는 주민들에 의해서. 변화는 밑으로부터 추동되었다. 그곳에서도 세뇌교육이 있었고, 비밀경찰에 의한 철저한 통제와 강압이 있었다. 시민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리비아·이집트·튀니지 독재정권도 무너졌다. 과연 북한만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주체사상 때문에?



 헤엄을 쳐서, 배를 타고, 산을 넘어 북한 주민들이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들을 부추겨서는 절대 안 된다. 다만 그들이 우리를 선택한다면 언제 어디서건, 얼마든지 환영해야 한다. 납북자·국군포로도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끝까지 이 문제 해결에 책임을 져야 한다. 못 먹고, 못 입고, 병으로 죽어가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책무다. 그러할 때 대한민국이란 희망의 등불이 북한 주민들의 심장 속에서 타오를 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 땅을 찾은 2만여 명 북한 이탈 주민의 삶에도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삶을 이 땅에서 누릴 때 대한민국은 한민족 모두에게 정통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북한에서 고뇌하고 있는 동포들의 결단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체제변화이건, 우리와의 통일이건 그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만약 통일을 향해 그들이 움직이고 우리가 화답할 때, 한민족이 민족자결권을 행사할 때 그 누구도 우리의 희망을 꺾지 못할 것이다. 그 환희의 순간이 과연 올 것인가 의심하는 마음의 장벽이 있다면 우선 그것부터 허물자.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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