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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쁜 선례 남긴 한진중공업 분규 해결

해고자 복직을 두고 10개월 넘게 끌어온 한진중공업 노사분규가 마침내 끝났다. 사측이 정리해고자 94명의 복직을 포함한 노조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그대로 들어주기로 한 결과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원 총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09일간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고공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자칫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뻔했던 한진중공업 분규가 큰 불상사 없이 해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 방식은 한진중공업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우선 정리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고 그간의 생활비까지 보전해주기로 함에 따라 한진중공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 이후 특수선을 제외한 선박의 수주물량이 전혀 없다. 일감이 없어 정리해고를 한 인원까지 끌어안은 채 앞으로 상당기간 조선설비를 놀려야 할 판이다. 노조는 94명의 복직을 관철시켰지만 700명 가까운 조합원 전체의 운명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회사가 망하고 나면 복직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외부세력과 정치권의 개입을 통해 끝남에 따라 앞으로 이런 식의 분규 해결에 대한 욕구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당사자 해결이라는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이제 노사분규가 생기기만 하면 외부세력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노조는 걸핏하면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충분한 선례를 남겼다. 기업들은 앞으로 경영이 악화돼도 웬만하면 정리해고 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대신 비정규직을 늘리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식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강력한 노조를 등에 업은 소수의 일자리는 더욱 확고해질지 모르지만 나라 전체의 일자리 숫자는 줄어들고, 일자리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을 관철시켰다고 승리한 것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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