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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사무라이, 올림푸스 베다

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 올림푸스 사장이 8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분식회계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다카야마 사장은 “1980년대부터 증권투자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시인했다. 지난 20년 동안의 올림푸스 분식회계는 지난달 해고된 마이클 우드퍼드 전 사장의 양심선언을 통해 알려졌다. [도쿄 AP=연합뉴스]


‘사무라이 이사진’ 대 ‘외국인 사장’의 결투. 일본 재계는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광학기기 제조업체 ‘올림푸스’의 내부 분쟁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일본인 회장 휘하의 경영진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영국 출신의 마이클 우드퍼드(51) 사장을 전격 해임했으나 결국 외국인 사장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일련의 소동이다. 1987년부터 올림푸스에서 일해 온 우드퍼드는 유럽 지역 책임자를 맡다가 올 4월 “글로벌 사업의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본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일본 ‘올림푸스’ 20년 동안 회계 부정 들통



우드퍼드 전 사장
 사태는 지난달 14일, 이 회사의 이사진이 기자회견을 열고 우드퍼드를 해임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일본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독단적 경영을 일삼았다” “일본 정서상 도저히 묵과하지 못할 횡포를 저질렀다” 등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됐다. 회견장에 나온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70) 회장은 “글로벌 경영 좀 해보려고 그를 사장에 앉힌 게 실수였다. 이제부터 내가 사장까지 겸임한다”고 발표했다. 일 언론들은 다음날 “일본식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 사장의 쓸쓸한 퇴장”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사장에서 밀려나 영국으로 돌아간 우드퍼드가 반격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그는 “해임의 진정한 이유는 일본 경영진의 급소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올림푸스가 2008년 영국의 의료기기 업체인 ‘자이러스’를 인수할 당시 거액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인수금액은 19억2000만 달러였는데, 이를 중개한 자문업체에 3분의 1이 넘는 6억87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공개했다. 보통 자문료는 거래액의 1% 수준인데 그 35배나 되는 터무니없는 액수가 지급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자문업체 2곳은 실체가 불분명했고, 한 곳은 아예 거래 직후 바로 폐쇄됐다. 우드퍼드는 “내가 사장이 된 뒤 이를 기쿠카와 회장 등 당시 결정에 관여했던 경영진에 다그치자 그들은 곧바로 나를 해임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2006~2008년에 이뤄진 일본 업체 3곳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구린 구석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올림푸스 이사회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수차례나 열고 “자문료 지출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드퍼드가 궁지에 몰려 헛소리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대신 주주들에게 폐를 끼쳤다며 기쿠카와 회장 등을 직위해제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불길은 국제사회로 번진 상태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나섰고, 일본 내에서도 “이대로 숨겼다간 국익을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궁지에 몰린 올림푸스는 결국 제3자로 구성된 조사위원회 구성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는 “거액의 자문료 지출이나 M&A 비용을 이용해 최근 20여 년간 누적돼 온 회사 내 투자손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회사 측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드퍼드 전 사장이 주장한 대로) 일련의 M&A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기쿠카와 전 회장 등 경영진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당장 이날 재무담당 모리 히사시(森久志) 부사장과 야마다 히데오(山田秀雄) 감사가 해임됐다. 8일 올림푸스 주가는 29% 폭락, 최근 16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일 언론들은 “일 기업들의 투명성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한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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