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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진형 노동철학이 필요한 까닭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요즘 자동차업계 기획본부는 내년 생산계획을 짜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완성차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연간 2400시간으로 외국 대비 800시간 많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한다며 연장근로 위반을 적발해서다. 아울러 업체에는 개선계획을 요구한 상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연간 생산계획을 짤 때 8(정상근무)+2(잔업) 구조에 주야 2교대가 기본이었다. 하루 20시간 근무가 정상이다. 점심·저녁 식사 및 교대시간을 빼면 100%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공장을 지을 때 발표한 ‘연산 30만 대 규모’라는 수치도 이런 근로 조건 아래 나온 것이다.



 반면 미국·유럽·일본업체들은 자동차 공장의 연산 능력을 계산할 때 8시간 2교대가 기본이다. 잔업이나 특근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생산이 달릴 경우에만 한다. 그래서 해외 경쟁업체와 공장시설이 같더라도 연간 생산대수는 현대차가 훨씬 많다.



 완성차업계는 고용노동부의 과다근로 문제 제기는 현실을 외면한 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감이 적은 공장의 인원을 일손이 모자란 공장으로 전환배치 하는 것을 아예 엄두도 못 내게 하는 강성 노조, 정규직 과보호 같은 고용 유연성을 막는 법제도 하에서 연장근로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반박한다.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도 잔업·특근으로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반대하지 않는 모순이 겹쳐 있다.



 독일·프랑스 자동차업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가 급감하자 노사가 머리를 맞대 구조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데 합의했다. 1970년대 이후 도요타에서의 잔업은 생산과정에서 품질 불량 같은 이유로 조립라인을 세워 계획한 생산량에 못 미칠 때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불량품을 생산하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도요타 의 생산 철학에서다. 근로자를 생산 의 투입요소로 보고 무조건 24시간 가동하는 후진적 노동철학이 아닌 것이다.



 이제 한국은 고성장만 기대하기 어렵다.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저성장에서도 같이 잘사는 모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으로 다가온다. 선진형 노동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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