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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표퓰리즘 정책’은 상생 자본주의 걸림돌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1989년은 정치·경제적으로 국가 간 장벽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해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동·서독 간 교류가 이뤄지고, 월드 와이드 웹(www) 창안으로 인터넷 보급과 정보 흐름이 확산됐다. 이후 자본주의는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고, 상대적인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절대적인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인류 역사에는 둘로 나뉘어 대립한 주장들이 많았지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경쟁처럼 일방적이고도 완벽한 승리로 끝난 경우는 없었다고들 평가한다. 특히 한국은 자본주의와 개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부터 자본주의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新)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경쟁의 자본주의’에서 약자도 배려하는 ‘상생의 자본주의’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빌 게이츠는 이를 ‘창조적 자본주의’라고도 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이런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 발전, 일자리 창출, 반값등록금, 복지 문제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한 논쟁이 뜨겁다. 과연 한국이 추구해야 할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산업 발전법이 분명한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1999년 개정된 이 법의 제19조에서 ‘정부는 기업이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에 바탕으로 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심적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표(票)퓰리즘’적인 정책들이 너무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달 국민은 없다. 그러나 생색내기를 위한 1000가지가 넘는 정책으로는 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을 늘린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에 지원을 집중하는 한편 될성부른 기업에 지원의 효과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생과 동반성장을 이뤄나가야 하지만 대기업 팔 비틀기 식은 곤란하다. 그보다는 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시장 지향적인 방안이어야 한다. 사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일은, 기업의 불법 및 탈법 행위에 대한 일관성 있는 규율을 확립하는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상생 여건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추구해야 할 바도 있다. 기업은 단기적 수익성 및 현금 확보의 필요성과 장기적 성장 및 수익성 실현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그 결정이 ‘우리 회사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확보에 도움이 되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에 성장 위주의 경영으로 단기 현금흐름 관리에 소홀해 퇴출된 기업들의 사례는 지금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이사회 역할을 높이고, 감사제도를 개선하며, 공시를 더 철저히 하게 하는 등의 진전도 있었다. 하지만 윤리적 투명 경영을 위한 기업 내부의 부서 간 통제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시급하고 근본적이며 효과적인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 제도보다는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게 있다. 국민 개개인이 제도나 정책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우리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대안을 찾아야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학파(신고전학파)의 창시자인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은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진화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정부의 방관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국민의 복지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다소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시장 기능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대안은 또 다른 문제점을 잉태하게 만든다. 마셜의 꿈대로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cool head, warm heart)’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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