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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발음’ 빼야 제대로 된 우리 가곡이죠

성악가 최영식(왼쪽)씨와 언어학자 이호영 교수. 색다른 조합의 그들이 모여 우리 가곡 제대로 부르기에 나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말 음악가들이 뜻밖의 반성을 쏟아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가곡 Ⅰ』의 출판기념회에서였다.

성악가 최영식-언어학자 이호영
우리 가곡 발음·전달법 담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가곡』 펴내



 “한국 가곡은 한국 사람이 못 알아듣는다” “우리는 그동안 이탈리아·독일 노래만 불렀다. 허영심이었다” “전국 음대에서 외국어 노래의 발음만 가르친다. 한국어 교육은 뒷전이다” 등등. 성악가 박수길, 작곡가 최영섭, 음악평론가 한명희씨 등이 목소리를 높였다.



 칼을 뽑아 든 이가 있다. 소프라노 최영식(59)씨다. 그 칼을 벼려준 이도 있다. 언어학자 이호영(48·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다. 2년 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한글을 수출한 주역이다. 둘이 만나 낸 책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가곡 Ⅰ』이다. 3000여 편에 이르는 한국 가곡 중 ‘그 집 앞’ ‘산유화’ ‘꽃구름 속에’ 등 35곡을 외국인들이 정확히 부를 수 있도록 발음과 뜻 등을 표기한 악보집이다.



 한글 가사는 세 종류로 실려있다. 로마자, 국제 음성 기호와 한국 표준 발음법이다. 뜻은 영문으로 의역·직역을 병기했다. 제목과 달리, 뜯어보면 외국인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외국 노래를 ‘버터 발음’으로 부르다 못해 한국 가곡도 부정확하게 부르는 한국 성악가를 위한 것이다. ‘보리밭’의 ‘리’를 [r]발음으로 부르고, 겹받침의 발음, 장·단음 등을 헷갈리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들 성악가와 언어학자는 3년 전 처음 만났다. 최씨는 “제가 무작정 찾아갔어요. 음성학에 대한 논문 여러 편을 읽었는데 이 교수의 것이 가장 와 닿았거든요. 한국 가곡 좀 제대로 부르게 도와달라고 일면식도 없는 분의 연구실에 갔죠”라고 했다.



 우연이었지만 제대로 찾아갔다. 이 교수는 중학생 시절부터 성악가가 되고 싶었다 한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잘 부르고 싶어 그 나라 언어를 가장 먼저 공부했다. 그는 “노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어는 받침 때문에 발음이 어렵다. 특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며 최씨를 도왔다. 집필을 맡은 연구진에게 언어학을 강의했고, 틈 날 때마다 자문을 했다.



 “셰익스피어가 나오기 전까진 영어는 비문학적인 언어로 취급됐어요. 한국어도 마찬가지에요. 누가 어떻게 만들고 부르냐에 따라 음악과 기막히게 어울리는 언어가 될 수 있죠.”



 마침 최근 음악계엔 한국 가곡에 대한 재조명이 이어진다. 특히 세계로 나간 한국 성악가들의 노력이 크다. 뉴욕·바이로이트·밀라노 오페라 무대의 ‘스타’인 베이스 연광철씨는 올해 초 서울 독창회에서 한국 가곡들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불렀다. 신선한 해석이었다. 세계 바로크 음악계의 신데렐라인 소프라노 임선혜씨는 “한국 가곡을 제대로 불러 세계적 음반사에서 발매하는 것이 꿈”이라 했고 올 여름 스위스 음악 축제에서 한국 가곡을 모아 불렀다.



 최영식씨는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어요. 이제 불을 붙여줄 시간이에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전국 108개 음악대학에서 한국 가곡은 34%인 37곳에서 가르치는 데 그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호영 교수는 물론 권영민(서울대 국문과) 교수도 자문위원으로 끌어들였다. 앞으로도 책을 더 낼 작정이다. 서양음악 일변도인 무대, 블루 오션은 한국 가곡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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