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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원순이 할 일, 코레일이 할 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숙인(露宿人) 문제를 거론했다. 며칠 전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지하철역에서 숨진 노숙인을 조문한 자리에서 “서울역의 노숙인 퇴거 조치와 관련해 코레일에 강력히 의견을 피력해 달라”는 쉼터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해결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어 서울시는 코레일에 서울역의 노숙인 야간 퇴거 조치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장은 노숙인이 좌절과 역경을 딛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제도적·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근원적 처방은 외면한 채 즉흥적 대책을 내놓고 코레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온당치 않다.



 서울시의 요청을 일축한 코레일의 입장은 일리가 있다. 김복환 코레일 여객본부장은 “하루 30만 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서울역이 술판과 악취, 구걸로 얼룩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주무기관으로서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노숙자 대책에 대해 되짚어보기 바란다”는 그의 지적은 매우 적절했다. 겨울철을 앞둔 노숙인의 절박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어 서울역을 점거하는 게 아니다. 서울에는 노숙인 쉼터 44개소와 부랑인 시설 8개소 등 85곳의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이곳의 자리는 비어 있다.



 노숙인의 서울역 퇴거 조치는 음주·소란·폭행·구걸 등에서 비롯됐다. 노숙인들은 역 구내에서 대낮에 술판을 벌이고, 승객에게 구걸하기 일쑤였다. 특히 야간에는 역을 점령하다시피 해 이용객들이 겁을 먹을 정도였다. 50대 여성 승객이 흉기에 찔리는 섬뜩한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코레일은 지난 8월 ‘야간노숙행위’를 금지하고 노숙인을 강제 퇴거했다.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건 코레일의 의무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가 정부와 함께 ‘노숙을 예방하고, 노숙인의 권익을 보장하며, 노숙인 등의 사회복귀 및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을 진다’고 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수용시설들을 제대로 운영해 노숙인을 돕는 게 바로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노숙인들이 쉼터 등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활 프로그램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게 박 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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