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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 MB 미스터리

박보균
대기자
대통령 이명박(MB)은 침묵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은 기로다. 좌파세력의 목표와 수법은 드러났다. FTA를 광우병 파동의 유사품으로 가공했다. 괴담과 반미(反美)가 난무한다. “미친 소, 뇌 송송 구멍 탁”은 “맹장수술비 900만원”으로 대체됐다. 좌파세력은 멈추지 않는다. 내년 선거 때 좌파연합의 결속 소재로 활용하려 한다. 그 반(反)FTA 전선에 서울시장 박원순이 합류했다.



 한·미 FTA는 광우병과 다르다. 대통령 시절 노무현의 작품이다. 국회 비준안에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노무현은 “내가 대통령으로 있던 대한민국은 미국에 굴욕외교를 하는 나라가 아니다. 부당한 양보를 한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노무현은 진보좌파의 급소를 찌른다. “80년대 초반 그들의 외채망국론은 맞지 않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반대도 맞지 않았다. 진보주의 사람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공허하게 교조적인 이론에 매몰돼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면 안 된다”-.



 좌파세력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다짐한다. 하지만 이번엔 안면 몰수했다. 그들은 노무현과 FTA를 분리했다. ‘흘러간 노래’인 FTA 반대를 재구성했다. 교묘한 왜곡이고 대담한 속임수다. 민주당은 편승했다.



 결정적 국면이다. 다수 국민은 확인하고 싶어 한다. 노무현의 FTA 집념을 MB의 입을 통해 들으려 한다. 반FTA 세력의 이중성을 MB의 언어로 실감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MB의 기회다. 괴담을 퇴치하고 정당함을 펼칠 순간이다. 민심은 MB의 결기와 솜씨를 지켜본다. 그러나 MB는 국회 비준에 나서라고 설득하고 독려하지 않는다. 광우병 때도 그랬다. MB는 당당하지 않았다. 괴담과 선동을 방치했다. 대중의 미혹과 의심을 해소하는 데 게을렀다. 정보유통시장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주는 데 미숙했다. 그는 가망 없이 밀렸다.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를 들었다. 그의 침묵은 습관성인가. 미스터리다. 반복된 침묵은 냉소와 경멸을 낳는다.



 그는 정면 승부를 낯설어한다. 천안함 초기에도 결연함이 부족했다. 그사이 음모설과 괴담이 확산됐다. 세종시 논란 때도 그랬다. 당시 국무총리 정운찬을 앞세웠지만 좌절했다. 우회하는 리더십은 얕잡아 보인다.



 반값 등록금 이슈는 올 초에 등장했다. 그때 재단 비리, 직원들의 턱없는 고임금, 교수들의 방만한 해외 연수가 일부 대학에서 드러났다. 대학생과 부모들의 허탈과 분노를 불렀다. 그때 MB는 등록금 줄이기에 나서야 했다. 여론은 MB의 개탄과 단호함을 바랐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 주도의 선점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MB의 명쾌한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감사원에 넘겼다. 그런 행태는 등록금 고통에 무심한 것으로 비춰졌다. 가난한 대학생 출신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는 무산됐다.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젊은 세대는 멀어졌다. MB의 진정성은 상처 났다.



 지금 4대 강 주변은 근사하다. 하지만 반(反)MB의 상징물로 작동한다. 22조원이 들어갔다. 여론의 갈채는 미약하다. 비용 대비 민심 효율은 낙제점이다. 4대 강 사업의 동시 실시는 실책이다. 두 군데로 나눠 정비하는 게 옳았다. 한쪽을 끝낸 뒤 순차적으로 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러면 다른 지역에서 “우리도 해달라”는 요청이 따른다. 경쟁심리를 유발했어야 했다. 함께 완공하니 여론의 고마움은 덜하다. 잘했다는 박수보다 욕을 더 먹는다. 동시 공사는 미련한 방식이었다.



 그것은 CEO식 결과 지상주의 때문이다. 4대 강 정비는 역사의 평가 대상이다. MB정권은 거기에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안이하고 위험한 접근자세다. 5년 단임의 국정에선 과정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여론에 부대끼면서 토론하고 감성을 공유해야 한다. 거기서 소통의 유대감이 확보된다.



 ‘세일즈맨 MB’는 신화를 갖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신념의 이미지다. 하지만 ‘대통령 MB’는 그런 면모와 거리가 멀다. 승부근성은 찾기 힘들다. 미스터리다. 결단의 드라마가 국민을 신명 나게 한다. 좌파세력에 대한 설득과 압박은 실용과 근면만으론 힘들다. 용기와 역사의식이 있어야 신념과 전략은 배양된다.



 MB는 외국에서 대접받는다. 그에 대한 평가는 해외에서 높다. 국내 여론과의 온도차가 크다. 억울해할 것은 없다. 과거 대통령들도 그랬다. 노태우 정권 때가 심했다. 노태우의 북방외교는 한국 외교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내치에선 죽을 쒔다. 내치가 미숙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 권력 이미지와 역사 평판은 내치에서 우선 판정난다. MB는 그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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