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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나 한번 할래”는 징계 해고감

이코노미스트



변진장 변호사의 생활 속 법률 이야기…직장 성희롱 따른 해고는 정당

김모씨는 모 카드회사의 지점장이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여직원을 뒤에서 껴안고, 목과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했다. 휴가를 가는 여직원에게 잘 다녀 오라면서 껴안거나 실적이 좋은 여직원에게 “열심히 했어, 뽀뽀” 하면서 얼굴을 들이대는 등의 행동도 했다. 술에 취해 “오빠가 너 사랑하는지 알지? 너는 나 안 보고 싶냐? 집에 아무도 없는데 놀러 오라”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가 부임하던 당시 그 지점은 영업실적이 저조했지만 6개월 후에는 전국 1위의 영업실적을 달성했다. 지점의 모든 직원이 식당에서 최우수지점 선정 축하 회식을 했다. 술자리에서 그는 갑자기 여직원을 껴안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라고 말하면서 볼에 입을 맞추거나 여직원들을 자신의 옆자리로 불러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술을 먹도록 권유했다. 옆자리에 앉아 귀엣말을 하면서 귀에 입을 맞추거나 자리를 옮기는 여직원의 엉덩이를 치는 등의 행동도 했다. 한입 먼저 먹은 상추쌈을 먹도록 하거나 여러 명의 여직원을 차례로 껴안기도 했다.



대법원 “징계해고 정당”

회사는 이런 그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그를 징계해고 했다. 징계해고의 정당성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 됐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이러하다. ‘그의 행동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을 정도라면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전국 최우수 지점이라는 실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성희롱 행위 중 많은 부분이 전국 최우수 지점 선정을 축하하는 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적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들뜬 상태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여직원에게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된 것으로 경위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그의 행동은 그동안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따라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회사의 상벌규정에서 정한 해직요건인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의 성희롱 행위는 인정되지만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 해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다. 회사가 가장 무거운 해고 처분을 한 건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며 항소심을 파기 환송했다.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떤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업주가 피해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성희롱 행위자가 해고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게 피해 근로자가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내린 징계해고 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성희롱이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피해자도 다수라면 이를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 행위를 금지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을 규정한 이상 그 후 발생한 성희롱은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따라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행위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사업주를 대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했다면 피해자는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외부에 알릴 경우 명시적·묵시적 고용상 불이익을 두려워해서 성희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성희롱 처벌 강화 흐름

김모 지점장의 행위는 강제 추행 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인정될 정도의 성적 언동도 포함된 성희롱 행위다.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지점을 책임지고 있는 지점장으로서 솔선해 성희롱을 하지 않아야 하고, 같은 지점에서 일하는 근로자 사이의 성희롱 행위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여직원 중 8명을 상대로 과감하게 14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했다.



이런 행위가 우발적이라거나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의 행위가 그동안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 문화 등에 따라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런 이유로 행위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해고의 정당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 사건은 해고 근로자의 구제라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성희롱 피해자의 구제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를 징계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판례에 따르면 징계해고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성희롱이라는 위법행위가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징계해고가 정당한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성희롱으로 징계해고가 정당화되는 요건을 정리해 보자. 첫째 피징계자의 행위가 판례에서 인정하는 성희롱에 해당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진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성적 언동에 관해 법규정에 변화가 있었고 책임의 근거와 손해의 범위에 대해서도 변동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성희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바야흐로 성희롱을 한 사람은 사업장에서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세상이다. 이런 현상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가혹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랫 동안 사업장에서 상사 또는 남성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여성 근로자에게 행해온 성적 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규범적 인식이 변화된 결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변진장 변호사는 사시 20회, 사법연수원 10기다.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부재자의 재산관리 제도』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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