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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등락의 위험을 피하라 … 헤지펀드, 하락장에서도 돈 벌게 태어났다

‘하나의 유령이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헤지펀드라는 유령이’. ‘한국의 월스트리트’ 서울 여의도는 곧 막이 오를 ‘헤지펀드 시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의 헤지펀드 순자산 규모는 2조4000억 달러(약 2700조원)에 이른다. 수천조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유령’을 대하는 수준이다. 아직도 헤지펀드가 대박을 올려줄 신비한 존재로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게 대부분 헤지펀드의 목표다. 이렇게 절대 수익을 내기 위해 헤지펀드는 자본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기법을 총동원한다. 헤지펀드가 도대체 어떤 전략을 써서 수익을 내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전략으로 본 헤지펀드, 어떤 게 있나

고란 기자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고전



 주식 헤지형
은 ‘롱쇼트 에쿼티(Long-Short Equity)’ 전략으로도 부른다. ‘헤지펀드의 아버지’인 앨프리드 윈슬로 존스가 1949년 이 전략을 활용한 펀드를 처음 시작했다. 값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롱),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하는(쇼트) 식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위험을 막을 울타리(hedge)를 친다”고 해서 헤지펀드란 말이 나왔다. 어떤 기준으로 롱쇼트 종목을 고르고 그 상대적 비중을 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중립, 펀더멘털 성장·가치, 공매도 편향 등으로 구분한다.



 공매도를 활용해 하락장에 대비하지만 대개는 매도보다 매수 쪽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하락장보다 상승장에서 성과가 좋다. 이 전략은 2007년 평균 10.5%의 수익률로 상위권 성과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이듬해엔 수익률이 -26.7%로 추락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2000년대 초반엔 전체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이 이 전략을 썼다.



 한국형 헤지펀드들도 초기엔 이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주식형펀드와 비슷하다. 자문사들이 8~9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한 것은 이 전략의 변용으로 볼 수 있다.



◆2007~2010년 14조원 벌어



 이벤트 참여형
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정보를 활용해 차익을 챙기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이나 자산 매매, 구조조정 등이 발생하면 기업 가치가 요동치는데 그 기회를 낚아챈다.



 이 전략을 쓰는 대표적 인물이 존 폴슨이다(그의 전략은 ‘거시경제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폴슨은 2006년 초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심사가 지나치게 느슨한 것에 주목했다.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증권(CDO)에 대한 쇼트(매도) 포지션을 사고, 이 상품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한 신용디폴트스와프(CDS)도 사들였다. 이듬해 미국 주택시장이 무너지면서 대박이 났다. 그해 37억 달러를 챙겨 연봉 1위에 올랐다. 2010년엔 금값에 베팅해 월가 역사상 최대 연봉인 49억 달러를 벌었다. 2007~2010년 동안 129억 달러(14조5000억원)를 벌었다. 그러나 올해는 고전 중이다. 그의 대표 펀드는 올 들어 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까먹었다.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예측해 투자했는데 빗나갔다.



 합병이나 구조조정 등의 기회를 노리지만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모펀드와는 다르다. SK그룹이나 KT&G를 공격했던 소버린펀드나 칼 아이칸은 사모펀드다.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사나이



 거시경제형
은 전 세계 통화·금리·주식·상품 등에서 트렌드를 포착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기회’를 찾는다는 점에서 ‘전술적(Tactic) 거래’라고도 부른다. 1990년대 헤지펀드들이 이 전략을 많이 활용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대표적이다. 92년 그(퀀텀펀드)는 영국 파운드화가 비싸다고 판단, 100억 달러어치를 한꺼번에 팔았다.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파운드화 시세는 급락했고, 그는 하루 새 10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반면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을 때는 20억 달러 손실을 봤다. 거시경제형 전략은 레버리지(차입)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에 비해 수익률도 높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금·은이나 원유 같은 상품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의 방향성을 예측해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추세추종(CTA, Commodity Trading Advisor) 전략도 거시경제형에 속한다. 초기에는 상품 관련 선물·옵션을 주로 취급해 CTA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최근 투자범위가 넓어지면서 선물매매(Managed Futures) 전략으로도 부른다.



 ◆과학·수학·공학 박사가 운용



 상대가치형
은 비슷한 유형의 자산이 서로 다른 가치(가격)를 나타낼 때 고평가된 것은 팔고, 저평가된 것은 사서(차익거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주식헤지형 가운데 시장중립 전략을 상대가치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82년 수학자이자 미·소 냉전시대의 특급 암호 해독가였던 제임스 사이먼스가 설립한 회사다. 그는 수학적 모델과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장의 행동과 방향을 예측하는 매매기법을 개발했다.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이 아니라 컴퓨터의 정량적인(Quantitative) 방법을 활용해 ‘퀀트 펀드’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어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과 S-오일의 주가가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치자. 만약 SK이노베이션은 오르는데 S-오일이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 S-오일은 사고 SK이노베이션은 공매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종목의 주가가 비슷해지면서 차익을 올릴 수 있다.



 이 회사 대표펀드인 ‘메달리온’은 89년 설정 이래 연 평균 35% 수익을 거두고 있다. 275명 직원 중 과학·수학·공학 박사들이 90여 명에 이른다. 트레이딩룸이 따로 없고, 테니스장 만한 방 3개가 컴퓨터 서버로 가득 차 있다.



 ◆직접 고르기 어렵다면 전문가가



 재간접형
은 전략이라기보다는 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헤지펀드를 하나로 묶었다. 펀드오브헤지펀드(FoHFs)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현재 헤지펀드 숫자가 1만 개를 웃돈다.



 그런데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린다. 시장이 급락했던 2008년과 급반등했던 2009년엔 성과가 가장 좋은 전략과 가장 나쁜 전략 간의 수익률 차이가 5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또 유사한 전략을 쓴다고 해도 각 헤지펀드별로 수익률 차이가 크다.



 현실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1만여 개의 헤지펀드를 분석·조사해서 어떤 펀드에 투자할지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유용한 게 재간접형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가진 헤지펀드를 적절히 섞으면 시장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목표 실현에도 유리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가 다섯 곳 중 세 곳이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할 때 재간접형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헤지펀드 시장이 열리더라도 성과 입증이 안 된 한국형 헤지펀드가 곧바로 인기를 끌기보다는 재간접형이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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