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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과학에세이대회서 대상 받은 북일고 임창록군

임창록군이 북일고 과학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당연해 보이는 것도 호기심을 갖고 다시 보면 궁금증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서게 돼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과학에 대한 소질도 자연스럽게 갖게 되죠.”



“궁금증 풀릴 때까지 캐묻다 보니
저절로 과학에 흥미 붙었어요”
당연한 것도 다시 보면 호기심 커져

 천안 북일고 임창록(국제과 2)군이 말하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법이다. 임군은 지난 9월에 열린 제5회 노벨과학에세이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리보솜 구조와 기능의 비밀을 밝힌 아다 요나트’를 주제로 쓴 과학 수필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이 주최한 이 대회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가 과학과 사회·자연에 미친 영향을 비평문 형태의 중수필(重隨筆)로 쓰는 대회다. 물리학, 생리학·의학, 화학 중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해 200자 원고지로 20~30매 분량을 쓴다. 지원자들이 작성한 글의 논리와 구성에 대해 심사·면접 등 3단계 평가를 거쳐 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 대회엔 전국 고교생 1145명이 지원했다. 임군이 참가한 분야는 화학 부문으로 258명이 경쟁을 벌였다.



 과학 수필을 쓰려면 주제에 맞는 관련 논문과 도서의 전문적인 내용을 검색·인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회에 응시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과학고 학생들이다. 인문계 고교 학생들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대적인 약세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계열 고교생인 임군이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이에 대해 임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이라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덕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과학자로서의 목표와 비전도 있어야



“우리 몸은 왜 세포로 이뤄져 있나요? 세포는 왜 단백질을 생산하죠?” 임군은 초등학교 수업 때마다 친구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용도 “왜 그렇죠?”라며 캐물었다. 당장 대답을 하기 힘들 정도로 원론적인 질문이어서 교사들도 당황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뭘 그런 것까지 물어보냐’는 핀잔을 듣곤 했다. 눈치가 보이면 쉬는 시간에 교사를 따로 찾아가 질문을 하고 답을 구했다.



 임군의 이러한 질문 태도는 조기유학 때부터 생겼다. 임군은 외국 유학을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5살 때부터 초등 2학년 때까지 이스라엘에서 학교를 다녔다. 국제학교를 다니지 않고 현지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이스라엘 수업은 임군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교사의 교육 내용에 대해 어린 학생들도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펼쳤다”고 회상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고 심오하게 서로 갑론을박을 벌여 수업 때 배우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한 임군에게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학교 수업은 낯설기만 했다. 질문을 할수록 이상한 아이로 취급 받았다. 그렇다고 질문을 멈추진 않았다. 교사에게서 답을 얻지 못하면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임군의 아버지는 광주과학기술원의 임신혁 교수(생명과학부)다. 임 교수는 최근 면역질환을 개선하는 유산균 5종을 개발해 관절염 같은 질환의 예방·치료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임군이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임군은 “아버지와 대화를 주고 받고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관련 자료를 뒤적이고 때론 실험을 같이 하며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갔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실험실을 들락거리며 실험기구에 익숙해지고 연구원들과 친하게 지낸 경험도 임군을 과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리보솜 구조를 밝혀내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다 요나트를 임군이 과학수필 주제로 잡은 것은 그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유학 당시 아버지가 유학하던 와이즈만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혼자 산책하고 있는 요나트 박사를 먼발치에서 보게 됐다. 임군은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사람’이라는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흰색 파마 머리를 흩날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아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열린 노벨상 석학 초청 강연회에서 그를 다시 본 후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임군은 “개인별 과제연구 프로젝트(DPR) 교육과정도 과학수필을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북일고 국제과에서 운영하는 이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담당교사의 도움을 받아 장기간 탐구하고 이를 논문으로 쓰는 수업이다. 임군은 이를 활용해 지난 학기엔 “피부암 예방·치료를 위한 계피 추출물 활용법”에 대해 조사하기도 했다. 임군은 이번 대회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한 과학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그런 활동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달았으며 훗날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회 심층면접에서 ‘훗날 과학자로서 인류에 남기고 싶은 연구는 무엇인가’ ‘평소 어떻게 과학을 공부하나’ 등 지원자의 가치관과 학업태도에 대해 질문하기 때문이다. 지난 4회 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했던 임군은 “대회 참가에 앞서 과학자로서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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