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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상인이 함께 만든 천안 신부동 벽화거리

신부동 상가 지역이 문화가 살아있는 테마거리로 변하고 있다. 지역 대학생과 상인이 머리를 맞대 다양한 예술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조영회 기자]




낡은 담장이 예술작품으로
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거리
화장실 벽이 사람 얼굴 …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

천안시 신부동 상가 지역이 특색있는 거리로 변하고 있다. 허물어져가는 주택가 골목 담장, 깨진 화장실 창문, 길모퉁이 기둥이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녹슬어 버린 상가와 상가 사이 쪽문은 화사한 색상을 입힌 그림으로 새 옷을 갈아 입었다.



 어디서 이런 기발한 작품을 생각해 냈을까? 상가 지역을 거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벽화로 쏠린다. 연인들은 벽화가 마음에 드는지 휴대폰에 인증샷을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지어졌을 법한 허름한 주택 화장실 벽에 작은 창문 두 개가 나있다. 페인트는 벗겨지고 창문은 깨져, 보기에도 흉한 모습이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화장실 벽이 모자 쓴 사람을 형상화한 ‘사각얼굴’이 됐다. 창문은 두 눈이 됐다. 굵은 페인트로 눈썹도 그렸고 마름모 모양의 코와 입도 만들었다. 네모난 벽을 단순화시켜 사각모양의 도형으로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회색 빛 이동식 컨테이너박스도 바이올린 켜는 사람을 그려 넣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또 다른 벽면에는 하얀 바탕에 지구가 그려져 있다. 만리장성,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과 여러 나라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세계 속의 신부동’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들은 모두 천안 지역 대학생들이 만들었다. 신부동상점가상인회가 벽화사업을 제안했고 단국대, 상명대, 남서울대, 호서대 학생 40여 명이 흔쾌히 동참했다. 상인들도 팔을 걷어 붙였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시간만 나면 벽화 그리기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상인과 학생들은 벽화사업에 앞서(9월) 한 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협의했다. 2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갖고 ‘첫 눈에 반한 거리’라는 주제도 선정했다. 모두 80여 곳을 선정하고 각자 구역(4~5곳)을 나눠 작업에 들어갔다.



또 다른 명소 자리잡은 구도심 … 상가 활성화 도움



낡고 칙칙한 구도심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벽화예술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천안시 신부동 상가 지역은 또 다른 명소가 됐다. 이 지역은 구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터미널, 백화점과 조화를 이루며 ‘젊은이들이 붐비는 거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낡은 건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욱이 상가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단독주택들은 옛 모습 그대로여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겐 썩 내키지 않는 길이었다.



상가와 상가 사이 철문은 녹슬어 흉한 모습을 드러냈고 문 옆이나 건물 모퉁이 기둥은 온갖 광고지로 도배돼 있었다. 그 아래엔 누군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벽화사업을 시작한 뒤 주변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재미와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넣자 광고지를 붙이는 일도 사라졌다.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크게 줄었다. 시선이 쏠리는 벽화에 쓰레기를 버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부동상점가상인회가 젊은이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추진했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상인들은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사업을 제안했고 천안시가 심사해 사업을 선정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전혁구 상인회장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그들이 즐기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지역 대학에 예술과 관련된 학과가 많고 학생들이 함께 동참해 거리를 조성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명대 실내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품을 응용한 벽화를 그리고 있다. [조영회 기자]




시민에겐 특색있는 볼거리, 학생에겐 추억과 보람



신부동 상가 지역에는 400여 곳의 점포가 있다. 천안의 교통 요충지로 매일 10만대의 차량이 지나고 유동인구만도 7만명이 넘는다. 반경 5㎞ 안에는 5개 대학과 4개 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청소년과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만남의 장소로 자주 찾는 지역이다. 거리가 화사하게 변하자 이곳을 지나는 시민과 학생들은 이전과 다른 색다른 볼거리에 즐거운 표정이다. 무엇보다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상인들이다. 가게 앞이 예술작품으로 변하자 손님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일영(59)씨는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볼썽사나울 정도로 벽이 노후 됐는데 우중충했던 길이 화사하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채워지니 고객들도 좋아하고 작품을 매일 보는 직원들도 만족해 한다”며 “쉬운 일이 아닌데 한참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볼 때는 따뜻한 밥이라도 먹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 살지만 대학 때문에 천안과 인연을 맺은 학생들의 보람도 남다르다. 4일 오후. 가방을 둘러맨 학생 7명이 신부동 골목 안에 있는 이동형 컨테이너박스로 향했다. 잠시 뒤 한쪽 손엔 붓을 들고 다른 한 손엔 페인트 통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상명대 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 학생들이다. 서울·분당(경기)·원주(강원)·청주(충북)·구미(경북)·광주(전남)·포항(경북) 등 고향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졸업 때까지 천안에 머물러 생활하는 이들에겐 천안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그린 작품이 어두운 골목을 화사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은 돈 이상의 가치를 넘어 추억이자 평생 남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황정석(상명대 실내디자인학과 2년)씨는 “서울의 홍익대 앞은 명성 만큼이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많은데 우리 지역도 그렇지 못하란 법은 없다고 생각했고 예술대에 다닌다는 자긍심을 이번 기회를 맞아 실행에 옮기게 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채이(실내디자인학과 2년)양도 “두 달에 한 번가는 고향 보다 졸업할 때까지 매일 있어야 하는 천안이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록 밥값과 교통비만 받고 봉사하지만 지저분한 벽이 내가 만든 작품으로 깨끗해지고 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돈을 떠나 개인적으로 큰 추억과 보람이 된다”며 웃음 지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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