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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유럽과 다른 한국 … 나랏빚 적어 재정 튼튼”

지난달 26일 방한한 리커창 중국 상무부총리(왼쪽)가 김황식 총리와 만나고 있다. 이날 한·중은 통화 스와프 규모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피치가 7일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올린 데에는 일본·중국과의 잇따른 통화 스와프 확대로 ‘외환 방패’를 튼튼히 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한국의 펀더멘털을 얕잡아 평가했던 2008년의 반성인가. 유럽계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이번에는 한국에 낭보를 전해줬다. 피치는 지난 8월 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불거진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었다. 당시 외신의 한국 평가는 차가웠고, 특히 유럽 언론의 시각은 한국 경제에 몹시 비판적이었다.

신용등급 전망 올린 까닭은



 피치가 이번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의 핵심 이유로 꼽은 건 재정건전성이었다. 실제 한국의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모두 양호하다.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IMF) 재정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4%였다. 미국(94.4%), 일본(220%), 영국(75.5%), 프랑스(82.4%)에 비해 나라 곳간 사정이 훨씬 좋다. 선진국 평균(98.1%)은 물론 개도국 평균(40.9%)보다도 낮다. 지난해 한국의 관리대상 수지는 GDP 대비 -1.1%로 미국(-10.3%), 일본(-9.2%), 영국(-10.2%) 등보다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도 건실했다. 매년 재정수지를 잘 관리하니 그게 쌓인 국가채무도 ‘건강체질’인 셈이다.



 대외건전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피치는 특히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1년 사이 6.7% 늘어 10월 현재 3110억 달러(약 349조원)에 달한다는 점, 은행의 단기 외채가 줄고 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한국이 일본·중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외환 유동성을 확대한 점도 감안됐다. 한순구(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위기 때마다 외국 투자자의 현금 입출금기 노릇을 한다고 해서 ‘ATM 코리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외변수에 취약했지만 나름대로 대비는 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경제 회복력도 인정했다. 한국 경제는 높은 대외의존도 탓에 글로벌 경제 여건 변화에 취약한 측면이 있지만 수출기업의 높은 경쟁력과 탄력적인 환율제도 덕분에 이런 취약점을 크게 완화하고 있다고 피치는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 박사는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문제가 있더라도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외부에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치는 북한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피치는 전쟁이나 체제 붕괴 등 대북 위험요인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겠지만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한국 경제의 고질인 가계부채와 높은 대외의존도, 그리고 내년 외채 만기도래액이 크다는 점은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김이태 국제금융과장은 “이런 위험요인에 잘 대처하면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피치의 견해”라고 했다.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적극적인 적자 재정을 수행하느라 국채를 159억 달러어치 발행했다. 또 내년이 만기인 은행 차입도 251억 달러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종구 차관보는 “정부 재정이나 은행 건전성을 볼 때 외채 상환을 걱정할 게 없다”며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금방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피치의 한국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뀜에 따라 이르면 6개월, 통상 1년 내외로 등급 자체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재 피치로부터 AA-급을 받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일본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AA, 벨기에와 호주·홍콩은 두 단계 높은 AA+ 등급을 받고 있다.



 재정부는 이번 피치의 평가가 S&P와 무디스의 등급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한국은 S&P와는 10월에, 무디스와는 지난 5월에 각각 연례협의를 마쳤다. S&P는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무디스는 현행 등급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호·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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