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뮤지컬 ‘햄릿’

뮤지컬 ‘햄릿’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가볍고 흥겨운 멜로디 속에서 더 두드러지는 애절한 사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손으로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열의 아홉은 엄지손가락을 접으며 ‘햄릿’을 떠올릴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철학적 질문을 남기며 근엄한 인상까지 주는 고전, ‘햄릿’. 그런데 뮤지컬 현장 분위기는 이와는 정반대다. ‘햄릿’의 막이 내리면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하며 흥에 겨워 몸을 들썩거린다. 극장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운데, 뒤돌아 곱씹어보면 절절하리만큼 슬픈 내용이었다. 역설적 매력의 뮤지컬, ‘햄릿’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음악으로 기쁠 희(喜)



 “지금부터 약 15분간 인터미션을 갖겠습니다.” 배우와 관객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은 단 15분. 오직 1부와 2부 사이의 휴식시간이 전부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 뮤지컬 ‘햄릿’은 극이 진행되는 125분 동안 단 한 순간도 음악을 멈추지 않는다. 배우는 내내 노래하고, 관객은 내내 집중한다. 매년 다양한 장르로 무대에 올려지는 ‘햄릿’이지만 뮤지컬 ‘햄릿’엔 종전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진지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가벼운 록 비트와 신나는 스윙재즈로 표현해낸 것, 그 역설적 해석이 뮤지컬 ‘햄릿’만의 매력이다. 특히 충신 폴로니우스가 ‘히즈 크레이지(He’s crazy)’라는 뮤지컬 넘버를 노래할 때 극장 안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 신하는 햄릿이 미쳤다며 춤을 춘다. 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빙빙, 고개는 까딱까딱. 무대 위를 휘젓는 익살스런 그를 보며, 관객은 잠시 이 극이 비극이었음을 잊는다.



 화려한 의상과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무대, 유령의 메시지를 투영한 로토스코핑 기법(실사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조합해 하나의 필름 안에 합성하는 방법) 역시 무대효과를 극대화 시키면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무대는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의 작품이다. 그는 미국에서 50여 편의 뮤지컬을 제작한 관록의 연출자로서, 지난해와 올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연출로 한국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는 대작 뮤지컬인 ‘몬테크리스토’에 참여했던 것을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로 기억한다면서 “지금은 세계의 가장 유명한 왕자 햄릿과 한국에서 재회하게 돼 이보다 더 기쁠 순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토리로 슬플 비(悲)



 흥을 안고 극장 밖으로 나서는 관객들, 수군거리는 그들 틈으로 “그래도 결국은 비극이구나?”라는 중얼거림이 들린다. 분명 문을 나설 때만 해도 흥으로 고취됐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헛헛함만 남는다. 곱씹고 곱씹을수록 비극의 느낌은 짙어진다. 이런 상반된 감정을 한 극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뮤지컬‘햄릿’이 다른 ‘햄릿’들과 다른 점은 원작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전 ‘햄릿’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니 그것이 가능했단다. 그간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이렇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거투르트)가 숙부(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하자 덴마크 왕자 햄릿은 크게 방황하고 자신의 연인인 오필리어의 사랑마저 저버리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아버지가 클라우디우스에 의해 독살됐다는 사실을 알고, 예기치 않은 오해와 음모 끝에 모든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복수에 성공한 햄릿마저 온몸에 독이 퍼져서 숨을 거둔다.



 하지만 뮤지컬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는 비극의 출발점이 다르다. 뮤지컬은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르트의 사랑에서 모든 비극이 잉태된다. 주로 악인으로 해석되던 클라우디우스마저 사랑 앞에선 무력하며, 자신의 죄악을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결국 운명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약한 인간일 뿐이다. 이는 어떤 악인에 의한 비극이 아니다. 단지 나약한 인간의 욕망으로 초래되는 비극적결말이 존재할 뿐이다. 형수와 결혼해 왕이 된 클라우디우스가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기 위해 형을 독살하게 된다는 이야기, 한 나라의 왕비인 거투르트는 그저 사랑 받고 싶은 한 명의 여자일 뿐이라는 해석이 색다르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비극에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르트의 비극까지. 되새겨보니 뮤지컬 ‘햄릿’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스토리만 놓고 봤을 땐 되레 비극에 비극을 더한 극이었다.



 공연은 다음달 17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올해 또 한번 햄릿 역을 맡은 배우 김수용과 ‘모차르트’ ‘피맛골연가’로 공연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박은태가 주연을 맡았다. ‘천국의 눈물’ ‘렌트’의 여주인공 윤공주는 오필리어로 분하며, 신영숙은 거투르트 역에, 서범석과 윤영석은 클라우디우스 역에 캐스팅됐다. 가격은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티켓은 인터파크, 예스24, 롯데닷컴에서 구입 가능하다.

▶ 문의=02-6391-6333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