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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경제로 본 금융위기 “적절한 규제 반드시 필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 영문 자판은 쿼티(QWERTY) 자판이다. 1930년대 쿼티 자판보다 글자 입력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드보락(Dvorak) 자판이 개발됐지만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쿼티 자판이 시장 표준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복잡계 경제학자인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산타페연구소 시티뱅크 지원교수·사진)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으로 설명한다. 경로 의존성이란 사람들이 어떤 이유든 한번 일정한 방향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그 방향이 옳지 않거나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아도 기존 방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다. 물리학의 ‘관성 법칙’이 사회심리학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테크플러스 포럼 참석 ‘복잡계 경제학자’ 브라이언 아서



 테크플러스 포럼 참석차 방한을 앞두고 있는 아서 교수를 e-메일 인터뷰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잡계 경제학자로 유명한데, 복잡계라는 개념이 매우 생소하다.



 “복잡계(Complex system)는 모든 요소가 지속적으로 어떤 패턴을 보이며 반응하거나 혹은 항상 변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복잡계 경제학(Complexity economics)은 경제를 이런 방식으로 본다. 몇 가지 변하지 않는 패턴에서 완벽하게 논리적인 플레이어들의 시스템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패턴 내에서 현실의 플레이어가 어떻게 적응하고 모색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고전 경제학의 세계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생산요소를 한 단위 추가할수록 수확 증가분은 줄어든다. 반면 아서 교수는 복잡계 경제학에서 수확체증의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하이테크 산업을 예로 들며 생산요소가 추가될수록 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복잡계 경제학은 완전하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제주체를 상정하는 전통 경제학의 전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등 기업경영이나 정부정책에 불확실성이 많다. 좀 더 효율적으로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진짜 없다. 복잡계 경제학은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복잡계 연구를 통해 경제환경을 바꾸기 위한 적응전략이나 대응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는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제가 어렵다. 복잡계 경제학으로 보면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나.



 “모든 나라 경제가 월가의 몰락과 이로 인한 신용위기의 여파를 받고 있다. 복잡계 경제학은 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금융 규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경로 의존성’을 얘기했다.



 “경로 의존성이란 지금 작거나 일상적인 결정이 미래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정책 결정자라면 마음에 깊이 담아둘 만하다. 작은 행동이나 이벤트 하나가 시스템을 좋거나 나쁜 길로 이끄는 사소한 계기(tip)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나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비판해 왔는데.



 “우리는 기술을 잘 다루고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우리의 생활이나 삶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는 게 걱정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기술이 우리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술에 봉사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산업기술이 ‘사람을 위한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나.



 “한국은 초고품질 기술을 보유한 거대 생산국이다.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서경호 기자



◆복잡계(complex system)=복잡계 연구의 메카인 산타페연구소는 복잡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수많은 요소가 존재하고 그 요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다 보면 어떤 일정한 패턴이 형성되거나 전혀 예상치 못 한 어떤 성질을 띠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패턴과 성질은 원래의 각 요소에 피드백되면서 또다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보면 경제는 그 자체가 복잡계다.



◆테크플러스(Tech+) 포럼=첨단기술과 예술·아이디어가 만나는 신개념 지식 콘서트다. 올해 포럼의 슬로건은 ‘기술과 나’. 미국의 세계적 지식축제인 ‘테드(TED) 콘퍼런스’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는 9~10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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