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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익 위해선 독배 드는 게 정치다

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라는 쟁점에 대해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대방을 향한 이와 같은 치열함이 국민에게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비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책임 없는 정치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정권에서 한·미 FTA를 추진한 여당으로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야당 정치인들과 무조건 반대만을 밀어붙이다 현 정부의 한·미 FTA 비준에 할 말이 옹색해진 여당의 처지는 단순한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무엇보다 반대쪽의 논리가 궁색하다. 국회 통과 후 모순이 생기면 국회에서 수정절차를 밟자는 측의 논리에 대한 답이 궁색하다. 문제는 따로 있고,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당리당략적인 정치가 원인이다.



 불과 얼마 전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 정치권을 향한 불신의 높이가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국민 중심의 정치를 최우선시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통해 일신해야 함에도 지금 여당과 야당의 마음은 국민이 아닌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있다. 이는 점점 정치에서 국민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무조건 바꿔보자는 국민의 의식도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 불기 시작한 스윙 효과(스윙 보트 : 뚜렷한 정치적 주관이 없어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투표 성향)는 정치기회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에 여당을 지지하고, 다음 선거에는 야당을 지지하는 소신과 정책이 없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같아지는 기이한 선거문화다. 이런 새로운 정치문화는 야당이 되었을 때 여당을 무조건 반대하면 다음 선거에 당선이라는 잘못된 정치습관을 가져왔다.



 현재 정치권과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중산층의 붕괴와 이탈에서 찾는 전문가가 많다. 중산층이 살아야 결국 나라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와 일자리,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이나 정책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 세금을 무한정 투입한 포퓰리즘적인 무상복지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무상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처음에는 채워진 듯 보이지만 결국은 생산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가의 시행착오가 바로 우리의 포퓰리즘적인 무상복지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여야 모두 최종적으로는 국민이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환상만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지금의 정치상황에서라면 야당이 집권해 또 다른 어려움이 도래하면 다시 집권당을 바꾸는 것으로 모든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권력의 단순한 교체만으로 정치와 국가가 변화하지 않는다. 국가의 미래는 정치의 선진화와 정치인들의 역량제고뿐 아니라 국민의 냉정한 결단과 선택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음 세대에 우리가 무상복지와 같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남겨줄 것인지, 전 세계가 경제블록화되는 추세에서 수출로 생존하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물려줄 것인지 국민이 해결자로 나서야 한다.



 법정처리 기한이 12월 2일인 다가오는 예산국회와 한·미 FTA 국회 비준이 중요한 이유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던 부끄러운 연말 폭력국회가 올해는 나타나지 않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누군가 싫어하지만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독배도 들어야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명심하자.



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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