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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 않고 사장 낯 붉게하면 상품권 주는 회사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중앙일보 J포럼’ 강사로 나선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회사 살림 공개했더니 직원들이 더 열심히 뛰더군요”

“회사가 아니라 제가 잘못됐던 겁니다. 그걸 깨달았을 때 회사가 달라졌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J포럼에 참석한 중소기업 CEO들은 강사로 나온 여의시스템 성명기(57) 대표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의 위기는 직원들보다 CEO의 몫이 크고, 만일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 역시 그걸 제대로 고치지 못한 CEO가 문제라는 지적으로 들렸다. 여의시스템은 산업용 컴퓨터 등 자동제어시스템 전문회사다. 성 대표가 1983년 창업한 소규모 컴퓨터 가게에서 출발, 현재 연매출 300억원대의 중소기업이다. 성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지만 30년 가까이 CEO를 하면서 겪었던 실패와 좌절, 성공과 희열을 담담히 소개했다.



“중학교 때부터 저는 라디오·전축 같은 것들을 조립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어요. 회사 안에서 기술적으로 제가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했죠. 사장이 잘난 척하니 사장보다 뛰어난 기술자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매출은 커지는 데 수익은 늘 바닥이었죠. 2003년 당시 연매출이 80억원이었는데, 순익은 8000만원 정도였으니까요.”



성 대표의 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도 비교적 순탄하게 넘겼던 터였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으로 대거 공장을 옮기면서 회사의 일감도, 단가도 줄어들고 있었다. 위기였다. “임원들이 인력감축안을 가져왔는데 사람을 줄인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분위기가 아주 나빠졌습니다. 너무 괴로워 꿈에서도 고민을 하곤 하다 내린 결론은 ‘함께 가자’였습니다.”



성 대표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사가 처한 상황을 모두 솔직히 들려줬다. 그리고 회사가 적자 나는 분기에는 보너스를 주지 못하지만 흑자가 나면 보너스에 더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뭔지도 들었다. 교육을 강화하고, 회사에 팀별·개인별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지 3개월 만에 흑자가 났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CEO는 (기술자가 아닌) 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성 대표가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하자 새로운 인재도 많이 들어왔다. “제 실력으론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엔지니어도 들어왔어요. 대신 저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역할분담을 한 거죠.” 그는 올해 회사 매출을 370억원, 순익은 40억원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3년과 비교해 매출은 4.6배 늘어난 반면 순익은 50배나 증가한 셈이다.



살림 공개는 지금도 계속된다. “성장동력을 삼으려면 직원들이 생각하는 이익, 회사가 생각하는 이익이 다르면 안 됩니다. 우리 회사는 모든 장부를 직원들이 다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직원들을 이해시키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요.” 직원 불만을 듣는 자리도 마찬가지다. “쌍욕 하지 않고 사장 얼굴을 붉어지게 하면 상품권을 주겠다고 내걸었죠. 처음에는 잘 못하더니 나중에는 잘들 합니다. 이게 되니까 고객들 앞에서도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솜씨가 늘었어요.”



그는 “직원들을 ‘머슴’이라고 생각하는 CEO들도 있어요. 일 잘 못한다, 영어 못한다 윽박지르고. 우리 회사는 어학강좌, 해외 배낭여행 지원 등 교육을 많이 시킵니다. 그게 효과가 있느냐고들 하는데 콩에 물 주면 콩나물 자라듯, 전과 달라집니다. 연초에 영어강좌를 70~80%의 직원들이 듣는데 연말에는 7~8%밖에 남지 않아요. 담당자가 그만 하자길래, 제가 화를 벌컥 냈습니다. 물건이 잘 안 팔린다고 장사를 그만두냐, 직원도 고객이다 그랬죠.”



성 대표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방위산업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마침 8비트 조립식 컴퓨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퍼스컴 시대가 온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83년 여의도에 컴퓨터 가게를 차렸다. 3평 가게 안에 다시 세를 얻은 구멍가게 규모였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어설비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창업 10개월 만에 불행이 찾아왔다. 당시 세 살짜리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치료 도중 폐렴까지 겹쳐 아들은 생사의 고비를 오갔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을 돌보던 아내도 폐결핵에 걸렸다. 천신만고 끝에 두 사람은 고비를 넘기고 회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 대표 자신이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게 그가 서른 전후, 3년 사이에 겪은 거였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축사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살다 보면 인생이 벽돌로 뒤통수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낙담하지 말라.’ 제가 그런 경우였죠.”



그는 중소기업에 블루오션은 없다고 강조한다. “남이 1년이나 1년6개월 안에 따라오는 게 무슨 블루오션입니까. 과거 벤처 붐이 한창일 때 벤처 CEO들이 착각했어요. 대단한 기술도 아닌데 자기네가 엄청난 걸 갖고 있다고. 투자자들도 거기에 넘어간 겁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성 대표가 말하는 건 ‘진화’다. 한데 그냥 진화가 아니라 속도감 있는 진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속한 레드오션에서 중요한 건 속도전이죠.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노력 말입니다. 그리고 한 번의 혁신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작은 변화가 쌓여 큰 변화가 됩니다. 저희 회사가 생산하는 산업용컴퓨터·디지털정보표시장치 등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전체적인 기술상으로는 비슷한 분야입니다. 기술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고객이 전혀 다른 영역이죠. 이게 정보기술(IT) 산업의 매력입니다. 진화하는 대신 전혀 생뚱맞은 아이템을 밀어붙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J포럼 ‘시사와 경영’을 주제로 중앙일보가 만든 최고경영자(CEO) 과정. 매년 3, 9월 두 차례 시작된다.

2009년 출범해 4기까지 170여 명의 원우를 배출했다. 현재 5기 수업이 4개월 과정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열린다. 중앙일보 에디터급 기자들이 한국 경제·정치 흐름을 짚는 ‘시사마당’, 혁신적 기업인이 초청강사로 나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경영마당’, 명사특강 등으로 구성된다(http://jforum.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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