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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다 싶으면 웃고 떠들고 움직이세요”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가 말하는 폐경 여성과 호르몬치료

“아버지는 5분 대기조 같았습니다. 주말이나 늦은 밤에도 전화만 오면 병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53·사진) 교수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아버지가 모두 의사다. 전공도 같은 산부인과다. 그 때문에 의대생 시절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산부인과를 택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출산 도우미’나 자궁이나 질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얼굴이 수시로 빨갛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가 있거나 신경과민·불면증이 있는 여성과 대화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손끝이 시리고 저리다는 말을 들어주면서 폐경 여성이 겪는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애쓴다.



그의 주 종목은 ‘호르몬 치료’. 외국으로 연수를 갈 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픈 마음에 당시 미개척 분야에 지원했다. 덕분에 윤병구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폐경 여성 치료 분야의 권위자가 됐다. 그에게서 폐경 여성과 호르몬 치료에 대해 들었다.

 

-갱년기에는 여성의 몸에 어떤 변화가 오나.

“갱년기는 난소에 보관돼 있던 난자를 모두 사용해 더 이상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 폐경 전후 시기를 뜻한다. 여성호르몬 대부분은 배란이 일어날 때 분비되는데 배란이 일어나지 않으면 여성호르몬은 급격히 줄어든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난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도 동시에 나타난다.”



-증상을 방치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은.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의 탄력성이 줄어든다. 그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찔끔거리게 된다. 질 벽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면서 부부관계 시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땐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혈관의 탄력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호르몬 양이 줄어들면 혈중 콜레스테롤 양이 많아져 혈관이 탄력을 잃는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 중 90%가 폐경 여성인 이유다.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뼈로 가는 칼슘이 줄어들어 작은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거나 뼈가 부러지기 쉽다.”



환자를 볼 때 애매한 상황도 자주 생긴다. 검사를 해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윤 교수는 ‘문제가 없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사소한 부분까지 경청한다. 윤 교수는 “호르몬과 관련해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여성호르몬이 우리 몸의 조직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진 것은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윤 교수는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에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검사도 광범위하게 실시한다. 처음부터 호소하는 증상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부작용과 효과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는 “의사는 환자를 통해 배운다. 환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 보면 환자는 의사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과거 말초혈액 순환 신경에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가설에 불과했다. 하지만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 덕택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모든 연구의 시작은 환자라는 설명이다.



-여성호르몬 치료가 위험하다는 말도 있는데.

“폐경 여성이 받는 여성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해다.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을 뿐이다. 2002년 당시 문제가 됐던 연구의 최종판이 올해 4월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8명 정도만 유방암 위험이 높아졌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의 유방암 위험은 더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 수치가 1만 명당 1~2명 정도까지 줄어든다. 오히려 대상자에 따라 유방암 위험이 낮아진 그룹도 있었다. 이 외에도 호르몬 요법은 오히려 대장암을 예방해 주고 다양한 이상 증상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생활 속 극복법은 없나.

“폐경 때문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때 호르몬 치료와 함께 몇 가지 생활 수칙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먼저 가능한 한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산책을 즐기는 것이 좋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산책을 하면서 다른 일에 몰두해야 우울 증상이 사라진다. 혼자서 모든 고민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편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좋은 극복 방법이다. 이 외에도 집에 혼자 있지 말고 모임에 참여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



권병준 기자 ri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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