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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가진자, 세상을 지배한다,각국 기업들 무한 ‘군비경쟁’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세계는 특허 전쟁 중



“우리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특허법은 발명가와 기업인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개정된 특허법 서명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명식을 미국 최고의 공립고등학교로 꼽히는 토머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미래의 토머스 에디슨·스티브 잡스가 돼 우리 경제를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 특허법은 미국이 200년 넘게 고수했던 특허권리 부여의 기준인 선 발명주의(first-to-invent)를 선 출원주의(first-to-file)로 바꾸고, 특허 예산증액, 분청 설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도 기업의 특허 유지 비용 감면을 통해 연구개발(R&D)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특허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허는 지식재산권의 일종이다. 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디자인권·상표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영업비밀·데이터베이스 등)으로 나뉜다. 우리의 보호기간은 20년이다. 보호기간 동안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해 제품·서비스를 생산·판매하고, 특허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거나 경쟁업체를 무력화시킨다. 1976년 폴라로이드가 코닥을 상대로 즉석카메라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코닥이 8억730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내고 사업을 접은 것은 특허가 사업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사례로 꼽힌다.



최근 특허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허 자체를 수익자산으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 특허가 연구개발에 따른 부산물 정도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제조를 위한 필수조건이자 라이선스·벤처투자·재판매로 수익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허를 보다 적극적인 공격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권 관리기업(NPE·Non Practicing Entities)이 부상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본금 50억 달러에 수만 건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비롯해 아카시아·인터디지털 등 400여 개 NPE가 활동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찬수 수석연구원은 “특허 괴물의 공격은 주로 글로벌 대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중견·중소기업도 공격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특허전쟁'의 저자 정우성 변리사는 “기업이 특허를 침해하면 뾰쪽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NPE를 상대로 ‘협상의 기술’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치 좋은 무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선통신 관련 특허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애플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통신사 노텔의 특허 6000여 건을 45억 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가 가진 1만7000여 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김태만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장은 “개인특허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기업특허의 시대다. 과거엔 하나의 특허가 하나의 제품인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휴대전화에만 1만7000개가량의 특허가 들어가 있다. 기업특허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 가운데 ‘표준특허’는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힌다. 이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같은 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규격에 포함돼 있는 특허다.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제품의 제조·판매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3세대 이동통신(3G)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 퀄컴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단말기 가격의 3~4%를 받고 특허를 제공한다.



우리의 특허 수준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이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 건수, R&D 100만 달러당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일본·독일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다. 하지만 핵심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2001년 20억 달러에서 2005년 29억 달러, 2009년 48억 달러로 늘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은 최근 낸 ‘특허지표를 활용한 기술수준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특허 경쟁력에서 미국, 일본, 유럽에 크게 뒤진다고 지적했다.



특허괴물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많이 하고 있다. 2006~2010년 특허괴물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제기한 특허소송이 각 51건과 46건에 달한다. 정부에서는 표준특허 지원, 국유특허 활용 등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상희(전 과학기술처 장관)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자동차·철강 등 산업기술은 결국 중국 등에 밀릴 것이다. 이젠 특허권과 같은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것이 살길이다.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위원장이 국무총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식재산을 육성·관리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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