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無稅 복지천국

아시아에 이런 나라가 있다. 근로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물지 않는다. 그런데도 학비는 없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공짜다. 외국유학을 가도 정부가 대준다. 의료비도 무상이다. 늙으면 연금을 꼬박꼬박 준다. 장애인에게도 연금을 지원한다. 집과 자동차를 살 땐 국가가 보조해 준다. 대부분 자가용을 갖고 있으니 택시를 발견하기 어렵다. 성지순례를 가면 경비가 지원된다.

허귀식의 시장 헤집기

동남아의 보르네오 섬 서북 연안에 위치한 브루나이 얘기다. 세금과 보험료·사교육비에 등골이 휘는 한국인에겐 지상낙원처럼 보일지 모른다. 이런 무세(無稅) 복지천국이 존재하는 건 다른 나라에 없는 화수분이 있어서다. 재물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는 보물단지 말이다. 브루나이의 화수분은 1929년 발견된 석유다. 100억 달러가 넘는 수출품의 95% 이상이 석유와 천연가스다. 경기도 절반쯤 되는 땅에 사는 40만 명의 국민소득 수준은 국제유가에 따라 들쭉날쭉한다. 그래도 1인당 2만~3만 달러는 유지한다.

브루나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금 안 내고 잘사는 나라는 더 있다. 유럽의 모나코나 안도라, 중동의 카타르 같은 곳이다. 인구가 적은 소국들이다. 당연히 화수분도 있다. 모나코와 안도라의 수입원은 관광산업이다. 유럽의 부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쓰는 곳이다. 나라 전체가 면세점이다. 지난 7월 모나코에서 800억원 이상을 들여 치러졌다는 알베르 2세 모나코 대공(Prince)의 초특급 호화 결혼식도 실은 관광 진흥책이었다. 카타르에선 가스전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런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고소득자라면 무세금이, 저소득자라면 복지가 부러울 것이다. 2009년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을 만난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 마침 탈세 혐의로 곤경에 처해 있던 그는 “일본 국민도 세금 없는 브루나이로 이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라고 슬쩍 속내를 내보였다. 발언이 공개된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지상낙원에 무임승차하려는 이는 많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국적 취득조건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엔 화수분이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로열티를 받고 문화 콘텐트를 판 돈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가 되기를 꿈꾼다”고 했다. K팝 등 한류 콘텐트 사업을 향한 그의 집념은 느껴지지만 그런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삼면의 바다에서 초대형 유전이 발견된들 5000만 명을 감당할 화수분은 못 된다.

화수분 없는 나라가 지상천국을 흉내 내면 다음 두 나라 중 하나 꼴이 난다. 잘못된 복지정책으로 빚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리스의 길이다. 세계경제를 위협하며 해체 수순을 밟는 시한폭탄이 돼 있다. 다른 하나는 인민의 것을 100% 빼앗은 뒤 은혜를 베풀 듯 나눠 주는 공산국가다. 브루나이 같은 복지를 선전하지만 그게 ‘짝퉁’이거나 이름뿐이라는 건 역사가 말해 준다. 화수분 없는 우리에게 공짜는 없다. 분수에 맞게 쓰는 게 최선이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