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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밀레∼폰’이 안 되게 하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를 가져다가 쓰는 것은 물론, 입맛에 맞게 고쳐 쓸 수도 있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삼성전자나 HTC에서 내놓은 스마트폰의 OS를 자기 취향에 맞게 수정한 ‘커스톰 롬’을 내놓는다. 필요 없는 기능을 삭제한 만큼 가볍고 빠르다. 중국을 중심으로 300만 명의 개발자가 활동하고 있는 XDA가 대표적인 롬 제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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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적지 않은 롬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규혁롬’을 만든 이규혁(18)군이다. 그가 지난달 말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했다. 많은 사용자가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 “고등학생인 줄 몰랐다”고 놀라며 축하해줬다. 한양대 측은 “이군의 내신이 6등급이지만 전문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학과는 내신 2등급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버스’ 앱을 개발한 유주완(19)군이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유군도 고등학교 성적은 학급에서 중간 정도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에 빠지면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산다는 것이다. 유군은 “좋아하는 일엔 더 집중할 수 있고, 잘하고 싶으니까 공부할 이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머리 좋은 수재들만 끌어모아 수준 높은 교육을 시킨다고 항상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개발자인 에릭 레이먼드는 자유 소프트웨어 철학을 함축한 글 ‘성당과 시장’에서 “보는 눈이 많다면, 어떤 버그(소프트웨어의 결함)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실한 장인들이 성당을 짓는 것처럼 소스코드를 소수 개발자들만 공유하는 상용 소프트웨어보다는 소스코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하는 시장 모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레이먼드는 ‘공개’에 방점을 찍었지만 시장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재미’다. 성당을 짓는 건 일이지만 시장을 기웃거리는 건 재미다. 실제로 적지 않은 전문 개발자들이 퇴근 후 취미 삼아 공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고치며 시간을 보낸다. 구글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20%를 자신의 관심 분야나 프로젝트에 쓰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G메일·구글맵·구글어스 등은 이 회사의 핵심 서비스가 됐다. 이군이나 유군 역시 ‘재미로 하는 일’의 성과를 대변하는 사례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은 시장보다 성당에 관심이 큰 것 같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 갤럭시는 별명이 ‘공밀레~폰’이다. 아이폰 못지않은 제품을 내놓으라는 최고위층의 호통에 에밀레종처럼 공대 출신 개발자들을 갈아 넣어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성공했으니 다행이다. 갤럭시 시리즈에 놀란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개발자들을 경기도 평택의 기숙사에 몰아넣고 아예 합숙을 시켰다. 그럼에도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개발자를 놀게 하라, 그러면 창의적인 제품이 튀어나올 것이다. 딱히 개발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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