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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을 뻔뻔하게 만드는 정치

지중해 근처에 어떤 천국 같은 나라가 있었다. 이곳에선 온 국민이 흥청망청했다. 상당수의 직장인이 오후 3시 이전에 ‘칼퇴근’했다. 여름휴가는 한 달 이상씩 충분히 즐겼다. 하늘의 축복인 듯 이 나라에선 날씨까지 기가 막히게 좋았다. 회사가 적자인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노조가 워낙 강하니 해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학비 역시 대학원까지 무상이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정년퇴직을 하면 회사 다닐 때 받던 봉급에 육박하는 연금이 나왔다. 자녀 교육이나 노후를 걱정하면서 돈을 아끼고 애써 저축 같은 걸 할 필요도 없었다. 병원이고, 교육이고, 직장이고, 노후고, 천국을 대신해 나라에서 다해 줬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빚을 얻어 해 준 거였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 빚쟁이들이 외쳤다. “더 이상 돈을 못 빌려 주겠다. 이제 너희도 긴축하고 일을 해라.” 당연한 요구였다. 그리스 국민들은 거기에 데모로 맞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었던 한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히다. 한국민은 그때 장롱 속에 꼭꼭 숨겨 뒀던 금붙이까지 다 꺼내 들고 나와 “나라를 살리자”고 뜻을 모았다. 수많은 사람이 구조조정 당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고통도 감내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IMF의 요구는 너무 가혹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 하는 걸 보니 10여 년 전 한국에 요구했던 기준은 지나치게 높았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재빨리 IMF에서 벗어났다.

요즘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꼴을 보면 나라 전체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빠져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죄송한 얘기지만 어떻게 저렇게 국민 전체가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2500년 전 문명을 선도하던 나라, 그리스 신화, 일리어드와 오디세이, 소크라테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파르테논 신전, 마라톤 전쟁…. 인류의 교과서에 기록돼 있는 그런 훌륭한 조상과 문화를 자랑하던 나라가 어떻게 저 지경이 됐는지 고개를 내저을 지경이다. 답은 간단하다. 정치였다. 1981년 시작된 사회당 정권 장기집권의 결과다.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주라”고 외친 정치인과 정당은 민중의 환호를 받았고 집권했다. 반면에 “허리띠를 졸라야 한다”면서 요구한 정당은 외면당했다. 그렇게 한 세대, 정확히 30년이 지나자 그리스는 저 지경이 됐고, 국민은 저렇게 됐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자. 이게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인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든 걸 국가가 다해 줄 수 있다”고 꼬드기는 정치인, 정치집단은 없는가. 30년 뒤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되길 원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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