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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박근혜 못 따라잡는 이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또 장외로 나갔다. 이번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여의도 전철역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절대 반대한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전단을 나눠줬다. 한·미 FTA를 내년 4월 총선 또는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선거의 굿판에 FTA를 제물(祭物)로 내놓자는 얘기로 들린다. 손 대표의 가두정치는 거의 습관성으로 정착되는 듯하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반값 등록금 논란 때도 장외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이양수의 세상탐사

장외투쟁 현장에서 보여지는 손 대표의 몸짓과 표정은 어색하다. 희극배우가 비극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지켜보는 사람을 씁쓸하게 만든다. 손 대표는 누군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서강대 교수를 거쳐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입인 대변인도 거쳤고, 보건복지부 장관에 경기도지사까지 지냈다.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매년 웃으며 응하는 설문조사가 있다. ‘백봉 신사상’ 후보를 뽑기 위한 것이다. 나는 여러 번 손학규 의원에게 표를 던졌었다. 당시 여당 의원이면서도 ‘제3의 길’을 고민하는 진지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경기도지사 시절엔 외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영어마을 설립에도 앞장섰다. 파주에 LG필립스LCD 공장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을 바꾸고 민주당으로 갔을 때 놀랐지만 그래도 본인의 결단이라고 생각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4·27 재·보선 때 경기도 성남 분당을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국회로 복귀할 땐 “여야의 경험을 아우르는 손학규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내가 헛물을 켰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사석에서 손 대표에게 영리병원 문제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 곳이라도 허용하면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국인 의료관광과 인천·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를 생각하면 일도양단 식의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인데 말이다. ‘과거의 손학규’가 가졌던 상식과 유연함은 어디 갔는가. 손 대표에게 짬이 날 때 서울 압구정동 성형거리를 거닐 것을 권하고 싶다. 수술을 받으러 온 중국·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FTA는 정쟁의 화두가 아니라 국익의 화두다. 10년 전 중국은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한참 뒤떨어질 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성사되자 환호작약했다. 국내시장 개방보다 해외시장이 더 넓어질 것을 기대한 것이다. 당시 경제사령탑이던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용기와 결단력이 갈수록 존경받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비판하던 손학규의 기개는 어디로 갔는가.

얼마 전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유럽식 기준으로 한다면) 나는 합리적 보수 내지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대답했다. 손학규 대표가 떠올랐다. 이념적 지평이 비슷한 두 사람이 손 잡으면 보수·진보의 구태 정쟁에 지친 중도 성향의 민심을 공략할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이젠 그 생각도 접어야 할 것 같다.

손 대표는 내년 대선이 ‘손학규 대 박근혜’ 구도로 치러지길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PK(부산·경남) 출신 대 박근혜’ 구도를 예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안철수 현상’의 이면에는 세대 갈등과 함께 그런 지역대결 코드가 숨어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를 거론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승리를 낳은 정치공학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도 얼마든지 FTA 반대 행렬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다면 마땅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장선상에서 ‘손학규 정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두 분은 FTA 반대 어깨띠를 맨 손 대표의 등을 두드려 줄까. 87석의 민주당이 6석의 민노당에 질질 끌려 다니는 걸 보며 손뼉을 쳐줄까. 손 대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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