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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에서 만난 '딸 바보 아빠' 차승원&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여성중앙배우 아빠는 ‘딸 운동회 때까지 스케줄을 잡지 않겠다’고 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 CEO 아빠는 수행 비서 없이 청바지 차림으로 운동장을 누비며 딸 사진을 찍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훈훈한 아빠들의 일상.



운동장에서 만난 차승원과 정용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며 딸 운동회를 즐겼다.







운동장에 뜬 독고진, 줄다리기 지고 아내에게 혼나



지난 10월 1일 아침 9시 반,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차승원이 나타났다. ‘아니, 독고진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이날은 그의 늦둥이 둘째 딸 예니(10) 양의 가을 운동회가 열린 날이었다. 차승원은 몸에 딱 피트되는 가죽 재킷과 슬림한 바지를 입고 학교로 걸어 들어왔다.



가죽 모자를 깊이 눌러썼지만 워낙 훤칠한 몸이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그를 알아보고는 조금씩 웅성댔다.



그는 같은 반 엄마들과는 이미 안면이 있는 듯, 학부모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도 나눠 마시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한 무리의 엄마들이 모여 앉은 곳 근처에 캠핑용 간이 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운동회라면 엄마 아빠가 같이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차승원은 혼자였다. 이날 아내 이수진씨가 심한 몸살에 시달린 탓이었다. 이씨는 이날 트위터에 ‘몸살이 나서 긴 바지를 입었는데도 추워 울 매트를 꺼내야겠다’고 근황을 전했다.



차승원이 나타나자 학교 안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우선 딸 예니 양의 친구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은 ‘너희 아빠 한 번만 보자’고 졸라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점점 모여들자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다른 엄마들도 삼삼오오 몰려와 사진을 부탁하거나 악수를 청했다. 이 초등학교는 한 여자대학의 바로 옆이다.



주말이었지만 독서실에는 적잖은 여대생들이 있었는데, ‘운동장에 독고진이 왔다’는 소문을 들은 학생들이 몰려 내려와 잠시 소란스러웠다. 호들갑을 떠는 사람, 수줍음을 이기지 못해 차마 말은 못 붙이고 먼발치서 사진만 슬그머니 찍어 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탓에 나중에는 사인 요청을 정중히 거절해야 할 정도였다.



아빠의 유명세를 보며 어깨가 으쓱할 법 했지만, 예니 양은 ‘이 정도는 예사로운 일’이라는 듯, 바쁜(?) 아빠를 놔두고 친구들하고만 재잘거렸다. 그래서일까. 막상 운동회가 시작되고 팬들이 조금 진정(?)되자 그가 살짝 심심해 보였다. 다들 부부 동반으로 운동회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운동회 나들이는 사실 미리 예고된 일이었다. 차승원은 지난여름,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끝내고 자신의 SNS에 운동회 참석 의향을 밝혔었다. 그는 ‘만일 달리기에 출전하면 꼭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다음, 스케줄을 비워놓고 운동회 연습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때 그가 쓴 글은 이렇다.



“9월은 아무것도 못 한다! 예니 가을 운동회 달리기에 참석해야 하니까. 무조건 1등 할 거다. 달리기 연습 들어가야지! 작년에 바빠서 못 갔기 때문에 올해 나의 ‘최고의 목표’가 가을 운동회다. 1등! 꼭 하고 말 거야!”



아쉽게도 이날 아빠들의 달리기 종목은 없었다. 딸과 함께 뛰는 모습을 구경할 거라고 기대했던 사람들도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대신 남자들을 위한 줄다리기 경기가 열렸다. 미리 정해진 멤버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운동장에 있는 아빠라면 누구나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유로운 게임이었다. 차승원도 출전했다.







처음에는 좀 주저하는 눈치. 사회자가 “아버님들 전부 나오세요” 하면서 참여를 독려할 때도 차승원은 운동장 쪽에 계속 앉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반 엄마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고는 뒤늦게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차승원 하면 연예가에서 운동광으로 소문난 사람. 그래서인지 주위 엄마들은 전부 차승원 쪽 팀이 이길 거라고 예상했다. 아빠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가 속한) 청군 멤버들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고, 백군 아빠들은 왠지 긴장한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3전 2선승제였는데 차승원 팀이 내리 2번을 졌다. 2게임 모두 15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싱겁게 졌다. 첫판을 쉽게 내준 차승원과 다른 아빠들이 두 번째 판에서는 온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경하던 아이들은 “독고진네가 졌다”고 깔깔댔다.



여기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 줄다리기가 끝나자 청군 아빠들이 “저쪽은 사람이 더 많다” 면서 장난 섞인 항의(?)를 했다.



그즈음, 차승원의 아내 이수진씨 트위터에 “겨우 아빠 열 명을 못 이겼단 말이지?” 하는 장난 섞인 멘션이 등록됐다. 무슨 얘기인가 싶었는데 차승원이 ‘백군 아빠들이 열 명 정도 많았다’며 운동회장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머릿수가 모자라 졌다’는 남편의 해명에 ‘왜 일당백을 못 했냐’는 농으로 답하는 아내.



평소 부부의 일상이 얼마나 유쾌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씨는 트위터에서 ‘좋은 남편 뒀다’고 부러워하는 팬들에게, “요즘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다 좋은 아빠 아니냐”고 대답하고, (남편의) 수염이 멋있다는 칭찬에 “원래 수염은 항상 저 정도는 기르고 산다”며 무심한 듯 재밌는 답변들을 내놨다. 그녀는 트위터에서 차승원을 ‘서방’이라고 불렀다.



스마트폰에 담긴 딸의 동영상은…



본격적으로 운동회 시작. 1, 2학년 아이들의 꼭두각시 공연이 열리고 다음 순서로 그의 딸 예니가 속한 3학년 아이들이 ‘헤이 미키’ 음악에 맞춰 단체로 춤을 췄다. 의자에 앉아 구경하던 차승원은 딸 순서가 되자 운동장 가운데로 나와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면서 딸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액정 화면과 딸을 번갈아 바라보는 그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아이들 사진 찍으려는 엄마 아빠들이 모이면서 운동장이 조금 복잡해졌지만, 차승원은 계속 맨 앞줄을 지키고 서서 예나 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로부터 몇 분 후, 아내 이씨의 트위터에 ‘서방이 폰으로 녹화했대. 화질 엉망 ^^;;;’이라는 멘션이 등록됐다. 동영상을 찍자마자 몸살 난 아내에게 보냈나 보았다.)



이날 운동회는 아빠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적고 엄마와 같이 하거나 아이들끼리만 진행하는 종목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차승원은 딸이 나올 때 운동장 앞으로 나와 잠깐 사진을 찍고 나머지 시간에는 한쪽에 앉아 아이들을 구경하기를 반복했다. 중간 중간 예나 양이 친구들이랑 아빠를 찾아왔지만, 나머지 시간은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도 차승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점심은 같은 반 엄마들이 단체로 주문해 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빨간 목장갑을 끼고 줄다리기를 하던 모습도, 딸과 함께 운동장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이날 차승원은 한없이 소탈한 ‘보통 아빠’였다. 며칠 후 차승원이 딸 운동회에 다녀갔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졌다. 한 학부모가 운동장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 네티즌들은 그의 사진을 ‘딸 바보 인증 샷’이라고 부르며 ‘저런 아빠(남편) 둔 가족들이 부럽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아빠는 딸이랑 있으면 충전된다



사실 차승원은 예전부터 가족애가 각별한 스타로 유명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연상의 아내와 결혼해 1989년 아들 노아를, 지난 2003년에는 늦둥이 딸 예니를 얻었다. 그는 연예가 대표 프렌디 대디로, 평소 인터뷰 때도 가족에 대한 따듯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식구들에게 인정받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며 “좋은 아빠와 좋은 남편으로 기억되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비록 (연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어도, 가족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에 출연해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도 말했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두 아이 모두 하늘이 주신 것 같다”며 무한 애정을 과시한다.



사실 예니보다 먼저 화제가 된 건 훈남 아들 노아씨였다. 아내 이수진씨가 인터넷 미니홈피를 통해 가끔 아들 사진을 공개했는데, 아빠를 쏙 빼닮은 데다 제법 미남이어서 한동안 화제에 올랐다. 그러다 늦둥이 딸이 태어나면서 딸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 통에 연예가 대표 ‘딸 바보’가 됐다.

차승원은 지난여름, 드라마 ‘최고의 사랑’ 끝내고 쉴 때도 어린이 뮤지컬 극장에서 예니 양과 함께 공연을 보는 모습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그즈음 여러 인터뷰에서 “딸이랑 있으면 몸이 저절로 충전된다”는 멘트로 스스로 ‘딸바보 인증’도 했다.



그는 ‘딸 바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나만 유난히 아이를 아끼는 건 아닐 텐데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는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팔뚝에 딸의 천주교식 세례명을 새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 애정이 유난히 크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팔뚝에 있는 또 다른 문신은 그가 딸을 생각하면서 직접 디자인했다는 천사 그림이다.



차승원은 운동회에 다녀오고 2주 후, 예니 양의 현장 체험 학습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 체험 학습에서 그는 편안한 빵모자와 재킷을 입고 주말농장으로 가 고구마를 캤다. 이날 일행 중 유일한 남자가 바로 차승원이었다는 후문.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끝낸 후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던 차승원은 지난 3개월 동안 그 약속을 굉장히 잘 지켜온 듯 보인다.



CEO의 가을 운동회, 흥분되고 재밌습니다



이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막내딸의 가을 운동회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의 큰아들은 이곳 전교회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운동회가 시작되고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를 즈음, 청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아내와 함께 운동장에 들어섰다. DSLR카메라를 들고 선글라스를 낀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수행 비서들은 대동하지 않았고 지인들과 함께 왔다. 정 부회장은 최근 벤츠에서 출시된 대형 밴을 구입해서 화제가 됐는데 이날은 승용차를 타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회에서 정용진 부부를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건넸다. 학교 행사에 이미 여러 번 참석한 듯, 안면 있는 학부모들이 많아 보였다. 정 부회장은 작년에도 운동회에 다녀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들 운동회에 왔습니다. 청군 백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군요. 운동회의 하이라이트 남자 1200미터 계주입니다. 생각보다 흥분되고 재미있습니다. 청군 승리~”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올해 초 아들 졸업식 때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학교에서 만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대표가 트위터에 졸업식에 간다는 글을 올리자 그 글을 본 정 부회장이 멘션을 날려 만나게 된 것.



이날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오랜만에 만난 학부모들에게는 아내를 소개했다. 점심 즈음에는 아들 환희를 보러 온 야구 해설가 조성민과도 인사를 나눴다. 부부는 운동회 내내 다른 학부모들과 잘 어울렸다. 점심시간에는 엄마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은 곳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집에서 직접 싼 듯 보이는 찬합 도시락에는 과일과 김밥, 해산물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계단 옆에 털썩 주저앉아 소탈한 모습이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삼겹살에 소주 회식을 즐기거나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지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마트 개점 행사에 가면 막걸리잔을 돌리는 등 사람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도 그런 모습이었다. 밥을 먹은 후에도 딸의 경기를 구경하는 틈틈이 선생님이나 다른 학부모들과 인사하느라 바빴다.







딸 앞에서 더욱 소탈했던 CEO 아빠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운동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은 몸으로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차승원이 다른 아빠들과 함께 줄다리기에 힘을 쏟을 때, 정 부회장은 대신 운동장 곳곳을 누비면서 딸과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줬다. 평소 사진 촬영을 즐기는 듯, 학부모들과 지인들의 사진 촬영을 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촬영한 사진을 뷰파인더로 함께 확인하는 부부의 모습이 다정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어떤 아빠일까. 주위의 전언에 의하면 그는 음악교육에 열정을 쏟는 스타일이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악기를 배우면서 시간을 자주 보낸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는 “큰아들과 첼로를 배웠는데 요즘은 아들이 너무 잘해서 첼로 대신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아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을 나눔 현장에 데려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어린이 재단의 추천을 받은 국악 신동이 특기 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등 어린이를 위한 나눔 활동에 꾸준히 힘을 기울이고 있다. 봉사 활동을 갈 때는 가급적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한다. 이날 운동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그런 모습을 기억했다.



“정 부회장이 아이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양로원이나 아동 시설에 데려가 같이 봉사 활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엄마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애들을 바르게 잘 키운다’고 칭찬을 했었어요.”



이날 차승원과 정용진은 하루 종일 운동장을 지키며 딸들과 시간을 보냈다. 딸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쉼없이 누르는 모습에서 화려함을 벗어난 일상 속 아빠들의 행복이 엿보였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이진하 (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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