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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들아 시험 잘 봐라”…춤으로, 노래로 응원나선 선생님들

지난달 22일 오전 부산 사하구 부일외고. 놀토(노는 토요일)라 텅 빈 교정에 범상치 않은 차림의 네 사람이 들어섰다. 트렌치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선글라스까지 낀 이들은 부일외고 박민영·정봉주·류운경·김의정 교사다. 휴일까지 반납한 이들은 교정을 누비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제자들을 위한 뮤직비디오 제작에 나선 참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수능을 앞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제작에 나선 부산 부일외고 교사들. 이들은 “긴장을 풀 수 있는 웃음을 주고 싶다”며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정봉주·김의정·박민영·류운경 교사. [김경록 기자]


“긴장되고 지쳐가도 자신 있게 풀어보자. 언어·수리·영어·탐구 올(all) 1등급 받아보자~”(박민영·38·영어)

“달려~ 꿈을 향해 열정으로, 던져~ 그동안의 아픔을, 수능을 통과해 대학으로 달려~”(류운경·27·중국어)

마이크 한 대를 붙잡고 교사들이 호흡을 맞춰 열창하는 노래의 제목은 ‘Grand CSAT(대학수학능력시험)’.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조정’ 편에 나온 리쌍의 ‘Grand Final’을 박 교사가 개사한 곡이다.

 박 교사는 “수험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선곡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졸업생들로부터 추천받은 곡 중 수험생에게 힘을 실어줄 만한 빠른 리듬감과 긍정적인 가사에 반해 이 곡으로 결정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우린 시험 보러 가네/ (중략) 우린 모두 원하는 대학 반드시 간다’ 등 노랫말에는 수험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노래하고 랩을 하는 게 익숙지 않아 애들 말로 ‘손발 오그라드는’ 것 같지만, 제자들을 응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의정(영어) 교사는 “음이 높고 곡이 빨라 녹음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아이들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선생님이 우리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끼길 바란다”며 웃었다.

긴장 푸는 웃음 위해 코믹 분장과 댄스도

이 뮤직비디오의 핵심은 ‘웃음’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확실히’ 망가졌다. 박 교사가 장기하, 여교사 2명은 미미시스터즈로 분장하고 학교 복도에서 과감한 안무까지 해냈다. 김 교사와 류 교사는 “안무가 의외로 까다로워 합숙까지 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사는 “평소 조용한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려니 어색하고 서로 쳐다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자습을 하려고 학교를 찾았던 1·2학년 학생들은 복도에서 마주친 교사들의 낯선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박!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에 얼굴이 빨개진 김 교사는 “제발 못 본 체하고 들어가주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들이 춤까지 추는 용기를 낸 이유는 하나다. 교사들의 의외의 모습에 아이들이 크게 웃고, 유쾌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류 교사는 “아이들이 좋은 기운을 받을 수만 있다면 더 망가져도 상관없다”며 웃었다.

연기하다 보니 수험생과 한 몸이 된 듯

“김 선생님, 진짜 고3처럼 지쳐보이네요.”

촬영을 맡은 정 교사의 지시에 따라 교복으로 갈아입은 여교사들이 ‘긴장한 고3’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수능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모습,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외로워하는 모습 등을 코믹하게 설정해 빠른 속도로 촬영했다.

뮤직비디오의 전체 스토리는 이렇다. 수능 전날 극도로 긴장한 두 수험생(김의정·류운경 분)이 고민에 빠진다. 부모도 교사도 차마 수험생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불안한 마음에 울다 잠든 수험생의 꿈 속에서 부모와 교사·선배들의 응원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응원 덕분에 힘을 얻은 수험생이 수능 당일 당당하게 집을 나선다는 줄거리다.

 박 교사는 “수험생에겐 어떤 위로의 말이나 편지도 공허할 것”이라며 “영상 세대인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노래와 연기로 우리의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얘기했다. 류 교사는 “오랜만에 교복을 입으니 아이들의 긴장감이 저절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사도 “연기까지 해보니 진짜 아이들과 한마음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의 수험생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교사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아픈 아이들, 9월 모의고사 성적표 보고 실의에 빠진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며 “지금까지 했던 노력을 믿고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뮤직비디오는 7일 부일외고 홈페이지(www.puilschool.hs.kr)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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