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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맞교대 67세 경비원 “월급 적어도 계속 일하고 싶다”

서울 반포 3차 한신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은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 10년 차 경비원 박모(67)씨는 서울 일원동 임대아파트를 나서 첫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다음 날 오전 6시가 넘어 퇴근한다. 박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110만원가량. 부인(60)과 둘이 생활하기에는 빠듯한 수입이다.

그는 “우리도 아파트 관리비를 내야 하고, 요즘엔 집사람이 가끔 동네 분식점 등에서 몇만원씩 벌어 살림에 보탠다”며 “월급이 많이 오르지 않더라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금은 가진 게 없고 자식들도 먹고살기 바빠 손 내밀 처지가 아니다. 내 소득이 끊기면 두 노인네가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올해 최저임금 4320원의 80%를 적용해도 124만4160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24시간 중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간주되는 휴식시간(6시간30분)을 빼고 17시간30분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의 80%를 지급받는다. 박씨는 “점심과 저녁 두 끼 먹는 시간과 오전 1시부터 6시까지는 공식적인 휴식시간”이라며 “밤에 눈 좀 붙일라치면 입주민들이 ‘우리 동 아저씨는 만날 잔다’고 불평해 쉴 수도 없다”고 했다. 동 대표·입주자 대표회장은 근무 현황을 알지만 입주민들은 경비원들이 3교대로 근무하는 줄 알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의 업무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경비라는 본업 이외도 겹겹이 주차된 차량을 밀어 줘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수령, 눈 치우기, 화단 관리 등 아파트라는 공동체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도맡는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선 이런 고충을 몰라준다. 그는 “낙엽을 제때 쓸지 않았다고, 분리수거가 잘 안 됐다고 동 대표나 입주자 대표에게 수시로 꾸지람을 듣는다”며 “그래도 그건 참을 만한데 분리수거 후 냄새가 난다며 피해 가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국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수는 200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 대신 폐쇄회로TV(CCTV)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경비원 월급을 주는 것보다 CCTV나 현관에 자동문을 설치해 무인단속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관리비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인천대 김동배 교수가 서울과 경기도·인천 지역 아파트 단지 440곳을 조사한 결과 2006년 이후 아파트 단지 한 곳당 CCTV는 35% 늘었고 경비원은 7.7% 감소했다.

 아파트 경비원 수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급감했다. 국회가 그해부터 최저임금법에 아파트 경비원 같은 감시·단속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70% 적용을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을 해고하고 CCTV 설치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월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선 CCTV를 늘리고 경비원 해고 방침을 밝히자 경비원들이 집단 반발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초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100% 적용은 아파트 경비원 감축을 부채질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 목동아파트단지 관리업체인 (주)삼호안전종합관리의 임봉규 대표는 “주부들한테 경비원 월급 올려 주겠다고 경비비 1000원 인상하자면 모든 물가가 줄줄이 올라 턱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무인경비 시스템 업체 관계자는 “CCTV 설치비 견적을 뽑아 달라는 아파트 부녀회가 많아 업무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감단근로자=아파트·대학·빌딩 등에서 건물이나 주차 관리를 하는 근로자다. 전국에 40만 명이 근무 중이며 이 가운데 87%가 60세 이상 고령자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2007년 최저임금의 70%만 적용됐고, 5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는 100%를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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