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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는 잔인하다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먹을거리로 흔한 노점상 중 하나가 떡볶이다. 그런데 요즘 이들이 울상이다. 산뜻한 간판을 단 체인점들이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길거리 음식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건 위생이다. 그래서 체인점들은 청결에 특별히 신경 쓴다. 본사에서 개발한 레시피 덕에 맛은 좋고 품질은 일정하다고 자랑한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포장도 해준다. 그럼에도 가격은 길거리 떡볶이와 비슷하다. 손님이 몰리는 이유다. 회사원 이주현씨는 “브랜드 떡볶이는 맛이나 위생이나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30줄에 들어선 자신도 즐겨 사먹는다고 말한다.



 노점상들은 요즘은 지자체 단속보다 체인점이 더 무섭다고 털어 놓는다. 일부에서는 기업형 떡볶이 사업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돈을 좀 만진다 해도 각각의 가맹점주는 다들 고만고만한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체인점 가운데 점포가 가장 많은 곳이 ‘아딸떡볶이’다. 전국 850개 매장에서 올리는 한 해 매출이 1200억원이라고 한다. 신학대학원을 나온 목사 아들이 사장인데 열정과 수완이 보통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매주 창업설명회를 여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꽉꽉 찬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생업 전선에 나서려는 이들은 어떤 경우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없다.



 하지만 경제는 착하지 않다. 아니, 잔인하다. 그들의 참여로 인해 그들보다 조금 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점을 내려면 보증금 몇천만원에 가게 꾸미는 데 또 몇천만원이 든다. 이런 돈이 없어 노점상들은 단속반에 쫓겨 가면서 밤낮 일한다. 일반적으로 가맹점 주인은 노점상에 비해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밑 계층이 밀리는 것이다.



 만일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청와대와 시민단체, 좌파 매체들로부터 재벌들이 다 해먹는다고 뭇매를 맞았을 게다. 롯데마트는 이미 지난해 말 심한 홍역을 치렀다. 한 마리에 5000원 하는 ‘통큰 치킨’ 사업을 시작했다 집중포화를 맞고 1주일 만에 접어야 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범한다는 논리였다. 재벌에 족쇄를 채워 떡볶이 사업을 못하게 막을 순 있지만 돈이 된다 싶으면 누군가 뛰어드는 게 시장이다. 다들 열심히 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롯데의 치킨사업은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해 다른 매출을 일으키려는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상술은 다 거기가 거기다. 아딸떡볶이 이경수(42) 사장은 얼마 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사수완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팔 때 사람들이 왕창 몰리는 오후 5~7시 두 시간은 진짜 밑지고 팔았습니다. 이렇게 열흘을 했더니 그 뒤엔 사람들이 다른 가게에는 가지 않더군요.” 맛있는 과일을 싸게 파는 집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전략 또는 상술을 쓴 것이다. 옆 가게에서 원가 이하로 팔면 어떡하느냐고 따졌을 때 그는 “작은아버지가 과수원을 한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돈이 된다 싶으면 물러서지 않는 게 장사다. 롯데마트의 치킨사업도 지난 9월 말 재개됐다. 전국 88개 점포에서 900g짜리 양념치킨을 6000원에 팔고 있다. 1년 전의 통큰 치킨은 5000원이었지만 2000원짜리 양념은 별도였다. 이번 6000원은 양념을 포함한 것이어서 오히려 그때보다 싸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데 도대체 누가 막을 것인가. 롯데치킨이나 아딸떡볶이나 다 같은 이치다.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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