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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투표와 투표 사이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
지식에디터
로버트 풀검이라는 유니테리언교회 목사가 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1988)라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는 소박하지만 수긍이 가는 생각이 담겼다. 일하고, 놀고, 공부하는 법, 타인을 대하는 법, 공중도덕과 같이 어렸을 때 배운 것들을 어른이 돼서도 지킨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내가 뽑지 않은 아이가 반장이 되더라도 그를 도와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들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여러 이유로 어른이 돼서는 지키기 힘든 말씀이다. 일단 반장과 달리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투표와 투표 사이에 대부분의 일반 유권자는 정치권이 만들어 주는 쟁점·어젠다를 소비하는 입장에 머물게 된다. 물론 일상생활 속 사석에서 표출한 ‘싫다·좋다’ 의사 표현도 모이고 또 모이면 거대한 여론을 형성한다.

 보다 조직화된 정치 참여 방법은 없을까. 정치 참여를 제대로 하려면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해야 한다. 상당한 부담이다. 보통 생활인은 생업에 바빠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 보궐선거에 참가하는 것도 버겁다. 직업에 따라 정치 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매체들이 여론조사를 하지만 항상 ‘나를 피해가’ 여론조사 기관에서 평생 연락 한 번 안 올 수도 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은 선거 기간 외에는 신화가 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를 가미해 보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뾰족한 수가 없는 세계적인 차원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부여(empowerment)’로 국민과 공동체가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는 대의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경제발전도 정치발전도 온 나라, 온 국민이 동참해야 쾌속 행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33위, 언론자유가 39위, 청렴도는 30위다. 월드오디트(WA)라는 기관이 매긴 순위다. 별로 자랑스러운 순위는 아니다. 이 순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지 않을 것 같다. WA 순위에서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나라들은 경제위기가 심각한 나라들이다. 정치 수준과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는 함께 간다는 사실은 우려를 낳게 한다.

 희망이 있다. 민주주의 순위는 실망스럽지만 우리나라 전자정부 순위는 고무적이다. 2010년 유엔이 발표한 전자정부 준비지수(E-Government Readiness Index)에서 우리나라는 1등이다. 전자정부의 준비 현황과 국민 참여도를 고려해 만든 순위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분야에서 1등을 할 만하다. 세계 민주주의 지도국인 미국의 백악관·뉴욕시·워싱턴 DC 웹사이트만 봐도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일방적이다. 우리만 못하다.

 우리 정부의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나 국민권익위원회, 서울특별시 웹사이트 등을 방문해보면 적어도 민원 처리에 있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양방향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웹사이트에 가면 민원뿐만 공직자 비리도 신고할 수 있다. ‘시장에게 바란다’는 게시판도 있고 블로그도 있고 트위터도 있다. 우리의 전자정부에는 전자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기존의 전자정부 인프라를 잘 활용해도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3만2584건의 민원을 접수해 처리했다. ‘비고충민원’, 즉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단순 불만, 사적 견해는 민원 통계에 잡지 않았다. 달리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비고충민원’이야말로 출구를 찾지 못한 정치 참여 욕구를 상징한다.

 참여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 토론방을 개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는 원고지 시대에서 타자기·워드프로세서 시대를 건너 뛰고 곧바로 컴퓨터 문서작업 시대에 진입한 경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 시대 없이 전자민주주의 시대로 갈 수 있다. 전자민주주의가 활성화돼야 거리로 나가는 일이 사라지고 ‘침묵하는 다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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